‘브람스 음악 통해 휴머니즘 알았죠'

“저는 브람스의 음악을 들으며 인간에 대한 사랑, 즉 휴머니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브람스를 통해 환자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 셈이죠”

▲ 서석주 원장
역사의 한 인물을 사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런 애정의 대상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에 대한 삶을 책 한 권으로 엮어 낸다는 것은 웬만한 애정 가지고는 엄두가 나지 않는 작업이다.

서석주 비뇨기과의원 서석주 원장은 자칭 ‘브람스 마니아’다. 브람스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최근에 그의 삶과 음악작품에 대한 책도 냈다.

전문적인 글쟁이가 아닌 의사로서 쉽지 않는 도전이었을게다. 브람스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 원장은 어릴 때부터 서양 클래식 음악을 접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교회 유년주일학교에서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다.

가사는 우리나라 말이었지만 그 바탕은 서양 멜로디였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클래식을 접하게 된다.

“초등학교 때 들어간 대구 KBS 어린이합창단에서 동요 이외에도 많은 서양음악을 배우게 됐죠”라며 “고등학생 때에는 대구 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를 찾아 다니고 라디오는 항상 클래식 방송 주파수에 맞춰 놓았죠”라고 말했다.

이렇게 음악을 접하던 서 원장은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반을 하나 둘씩 모으기 시작했다. 1969년 즈음부터 40년 이상 모은 LP는 4500여장이고 CD는 300~400장에 이른다. 이 중 99%가 클래식 음반이다.

▲ <브람스에게 보내는 편지> 표지
이렇게 클래식 음악을 접하던 서 원장이 소위 ‘꽂힌’ 음악가가 바로 브람스다.

서 원장은 “서정적이면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브람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브람스의 음악을 듣고 그의 삶에 대한 도서를 찾아 읽게 됐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브람스의 음악에서도 깊은 감동을 받았지만 그의 삶에서도 큰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브람스는 슈만의 부인 클라라라는 여인과 40년 이상 편지를 교환하며 아름다운 로맨스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도덕적으로 불미스러운 행동 없이 순수한 사랑을 편지로만 나눈 것이다.

“크리스천으로서 중후하면서도 시류에 휘말리지 않는 그의 삶은 그대로 그의 음악에 녹아 들어 있다”며 “그의 음악을 통해 인간에 대한 사랑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하는 서 원장.

서 원장은 이렇게 브람스에 대한 자료를 하나하나 모으다보니 대구시의사회보에 브람스의 편지라는 형식으로 8년 전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털실이 한올 한올 모여 스웨터로 만들어지듯이 브람스의 삶과 음악을 한 권으로 보여주는 책이 탄생하게 됐다.

서 원장은 “몇 해 전에 쓴 글이기에 수정과 보완을 하고 책 뒤쪽에 브람스의 대표적인 음악을 담은 CD를 함께 넣었다”며 “이 책 한 권으로 브람스의 인생, 연주, 세계 모두를 느낄 수 있는 종합서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런 인간에 대한 사랑은 그의 진료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애정 없이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를 하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브람스를 사랑한 만큼 서 원장을 만나는 환자들도 그런 인간애를 느낄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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