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개정안 비상정 이후 대한약사회가 의약품 구입에 대한 국민 불편 해소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지난 22일 약사회는 “취약시간대의 상비약 수준의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수용해 뼈를 깍는 심정의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복지부와 협의하겠다”며 정부와의 타협 의사를 밝혔다.

이는 약사법 개정안 상정이 불발된 뒤에 벌어진 일인 만큼, 일선 약국들과 약사 이익단체에서는 “약사법 개정안의 폐기가 우선”이라며 “일방적으로 추진한 정부와 합의해서 얻을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한약사회는 어떠한 대응과 미동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사실 이번 약사회의 행보는 약사법 개정안이 상정조차도 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이번 비상정으로 정부의 약사법 개정안이 계류법안으로 남게 돼 언제든 다시 상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약사법 개정안은 계류법안으로 남게 되는 만큼, 정치적으로 현 상황이 마무리되면 언제든 다시 통과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어쩌면 현재 국회 상황을 고려했을 때 상정 뒤 의결과정에서 정부의 약사법 개정안을 부결시켜 개정안을 수정토록 하는 것이 약사회로선 유리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결국 약사회의 이번 행보는 향후 약사법 개정안이 다시 국회에서 논의되기에 앞서서 주도권을 쥐고 복지부와 협상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약사회 한 관계자는 “사실 국민 불편 사항에 대해서는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상정조차 안된 만큼, 이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개정안에 대해 약사회가 주도권을 가지고 협의를 해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회원들을 모두 설득하고 현 사항을 추진하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시기적으로 늦을 수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협의 추진사항을 발표하게 된 것”이라며 “이번 약사회의 결정은 일선 약사들을 위험에 몰아넣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시 닥쳐올 위기를 막고자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약사법 개정안의 폐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와의 재협상을 결정한 약사회의 실리적인 판단이 옳을지, 아니면 일부 약사들의 우려처럼 정부와의 협상에서 약사회가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빈틈만 보여줄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약사회의 집행부는 이번 선택이 이미 약사법 개정안 저지에 대한 투쟁과정에서 일선 약사들의 신뢰를 잃어온 집행부에게 약(藥)도 될 수 있겠지만, 독(毒) 또한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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