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지난해 6월 시민단체가 백혈병치료제 글리벡 약가인하 조정신청을 한지 꼭 1년여 만에 현행 100mg 한정당 2만3044원이던 약가가 14% 인하된 1만9818원으로 최종 직권 결정됐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노바티스와 약가인하 조정신청을 한 시민단체가 조정위에서 직권 결정한 글리벡 약가를 수용할 것인가가 남아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백혈병환우회는 지난 1년 동안 글리벡 약가인하 협상과 조정 시 손발이 묶인 포로처럼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못하고 침묵으로만 일관했다.

이유가 뭘까. 속사정을 들여 다 봤다. 2001년 환우회는 노바티스사를 상대로 글리벡 약가인하를 주장하며 목숨 건 싸움을 했었다. 또한 2008년 환우회는 한국BMS를 상대로 글리벡 내성치료제 ‘스프라이셀’ 약가인하를 위해서 투장했었다.

그런데, 왜 이번 글리벡 약가 협상 및 조정 과정 중에 환우회는 스스로 눈을 가리고 입을 막아야 만 했는가? 그것은 한국노바티스가 글리벡 복용 환자들에게 지원하고 있는 환자 본인부담금 10% 때문이다.

만일 글리벡 약가가 대폭 인하되어 한국노바티스가 지원하고 있는 환자 본인부담금 10%가 철회되면 환자들은 매달 27만원~54만원의 높은 약값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우회는 글리벡 약가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3월 환자들에게 ‘글리벡 환자 본인부담금 10% 지원을 폐지하더라도 최대한의 약가인하를 요구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청취한 결과, 상당수가 본임부담금을 폐지하더라도 약가를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우회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유야 뻔 한 것. 당장 매달 27만원~54만원이라는 고액의 약가를 부담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본인부담액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이들은 연간 200만원~400만원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겐 경제적으로 큰 부담임에 틀림없다.

이 10% 본인부담금도 글리벡 출시 당시 환우회 환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 농성으로 배수진을 친 결과, 한국노바티스에서 지원 제안이 들여져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 본인부담금 10% 지원이 6년이 지난 지금 약가인하협상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환우회는 글리벡 약가인하 조정 시 눈을 가리고 입을 막아야만 했던 것이다.

환우회 안기종 사무국장은 “조정위의 글리벡 약가 직권 결정에 대해 많은 언론들이 입장을 물어 보았지만 기간 내내 침묵했다”며 “글리벡 약가인하 싸움에 당사자인 백혈병 환자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라고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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