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순고식(因循姑息)'이라는 말이 있다. 낡은 관습이나 폐단을 벗어나지 못하고 당장의 익숙함만을 취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로 제약사와 도매업체들의 현재 모습에 딱 맞는 표현이라는 생각이다.

국내 몇몇 제약사들이 최근 유통마진 1%을 내리면서 도매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데 마진인하로 인해 각 제약사들은 12억~40억원 가량의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실제 개량신약 등 연구개발에 투자를 한다면 마진인하에 따른 이익보다는 몇배의 이익을 볼 수 있는데 너무 손쉽게 이익을 창출하려는 꼼수가 읽혀진다.

또한 도매업체들도 의약품 시장이 개방되고 다국적 도매업체가 국내 시장에서 정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마진 타령만 하려는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반면 국공립입찰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에치칼업체들은 당장의 1% 마진보다는 마진이외에 제약사들과 다양한 수익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물류와 상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수백억원대의 자본을 투자해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제약사와 손잡고 디테일 회사를 만드는 업체가 나오고 있는 것은 그나마 도매업계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그동안 제약사나 도매업체는 마진으로 인해 울고 웃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마진 싸움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업계 비전을 밝게 하는데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이다.

도매협회와 몇몇 제약사간 유통마진을 둘러썬 최근의 논쟁을 지켜보며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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