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적 가치 존중·연구자 자긍심 고취 필요

연구인력 부재 등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국내 기초의과학 분야의 부흥을 위해서는 범국민적 관심과 함께 경제적 지원 등의 실질적인 부양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도높게 제기됐다. 특히 국가 차원의 특단의 지원방안과 더불어 현 기초학문의 연구시스템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부 기초의과학육성협의회(위원장 조수헌·서울의대) 주관으로 12일 오후 2시 서울의대 강당에서 열린 '기초의과학육성 종합계획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은 기초의과학 부양책의 핵심은 인력확보에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경제적·사회적으로 대우받고 존경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복지부,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의대학장협의회, 치대학장협의회, 한의과대학교육협의회 등 11개 부처와 단체가 후원한 이날 공청회에는 김영환 과기부장관과 이호왕 학술원회장, 이종욱 서울의대학장, 김세종 연세의대학장, 지제근 의학회장 등의 내외귀빈과 의·한의·치대 기초학교수 및 의대생 등 400여명이 강당을 가득 매운 가운데 4시간여동안 국내 기초의과학의 육성책에 대한 솔직하고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이날 기초의과학육성협의회 안영수 위원(연세의대)이 발표한 '기초의과학육성 종합계획안'의 골자를 살펴보면, (본지 12월 6일자 참조) 병역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기초의과학 분야의 전문연구요원 자격부여와 학부생·대학원생 지원 및 국가교수제 실시 등 인력확보·활용 방안과 기초의과학연구센터(MRC) 설치·운영 등 연구지원책 등이 포함돼 있다.

이어진 초청토론에서는 계획안에 포함된 전문연구요원 자격 등 병역특례 문제와 MRC 운영의 실효성 및 현 기초연구의 문제점 등이 도마위에 올라 열띤 공방전을 벌였다.

토론자로 나선 김유삼 교수(연세대 이과대학)는 “기초의과학 분야의 인력확보는 단순한 병역특례와 연구비 지원책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전제하고 “기초의과학자들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조성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김 교수는 오는 2003년 도입예정인 의학전문대학원에 포함된 M.D/Ph.D 과정을 조기에 실시하여 처음부터 실험에 익숙한 우수한 non-M.D를 기초의학 분야에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석용 교수(성균관대 약학대학)는 “기초의과학 연구원에 대한 병역특례는 한 교실에서 석·박사 과정을 지속적으로 연구할 때 부여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에 얽매인 병역특례안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특히 김창석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과거 서울의대 해부학교실에서 2년간 조교를 한 경험을 회상해보면 열악한 연구여건과 경제적 어려움은 차지하더라도 자신의 연구결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기초연구에 대한 긍지와 의욕이 반감됐었다”며 신진 연구인력의 성과를 중요시하고 존중해 줄 수 있는 학문연구의 시스템 변화를 강조했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기초의과학연구센터와 관련, 임사비나 교수(경희대 한의과대학)와 주천기 교수(가톨릭의대 안과)는 “기초의과학 분야를 현 기초학에만 국한하지 말고 임상에서도 어떤 연구를 하느냐에 따라 기초학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학문영역의 융통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하고 “미래발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한의학 등 대체의학 분야도 MRC 선정시 중점 사항으로 포함돼 정책의 공정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연세의대 김세종 학장의 사회로 진행된 종합토의에서 한 기초의학 대학원생은 “계획안에 병역특례가 포함돼 있지만 5년이라는 기간동안 근무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3년간의 공보의와 군의관으로 병역을 마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며 병역특례 방안과 현실과의 괴리감을 지적했다.

이밖에 토의 발언자들은 과기부의 종합계획안을 고무적인 성과로 받아들이면서도 각론에 들어가 좀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부양책을 한 목소리로 요구해 기초의과학 육성의 절박성을 반영했다.

이와 관련 조수헌 위원장은 “오늘 발표된 종합계획은 지난 7일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를 통과했다”며 “이 자리에서 논의된 토의내용을 실무협의회에서 심도깊게 분석하여 20일 상정될 최종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초의과학육성 종합계획은 기초의과학 부흥을 염원하는 수많은 기초의학자와 학생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에 불구하고 인력확충의 현실적 대안으로 미흡하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곳곳에서 제기돼 획기적 방안을 기대했던 관련 연구자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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