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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수첩| 넘쳐나는 센터가 병원을 망하게 한다

2005. 05. 19 by 허정헌 기자

언제부턴가 병원에 불고 있는 센터, 클리닉화 바람.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알맹이 없는 쭉정이인 경우가 많다.

S대학병원 한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이 병원 내에 자리잡은 클리닉 수는 줄잡아 100여개. 교수 1인당 클리닉이 1개꼴로 설치돼 있다. 따라서 1개 클리닉에서 담당하는 질환이 보통 서너개에 이르고 교수는 단 1명인 경우가 많다.

클리닉과 센터의 범람은 홍보에도 직결된다. 환자가 좀 많다 싶은 센터와 클리닉의 배너를 병원 홈페이지에 넣다보니 홈페이지는 일관성을 잃고 온통 배너 투성이가 된다. 뿐만 아니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누굴 찾아가야 하는지, 어느 클리닉을 가야하는지를 모르고, 직원들 조차 안내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차라리 과별 체계로 가동되던 이전의 모습이 환자들에게는 오히려 찾아가기 쉬운 병원으로 생각되기에 이르렀다.

어느 병원하면 어떤 질환이 특화돼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설치한 클리닉과 센터. 과유불급이라는 옛말이 그르지 않다. 너무 많다보니 그 병원은 뭘 전문으로 하는지 환자들은 오히려 잘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센터나 클리닉은 어떻게 가야할까. 불임클리닉으로 유명한 병원, 류마티스센터를 병원으로 키워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병원들의 예에서 우리는 '정예화', '전문화'라는 답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일예로 H대 류마티스병원은 진단방사선과와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들이 한데 모여 진료를 한다. 워낙 잘 알려진 병원이다 보니 환자수는 증감이 거의 없이 안정세를 유지한다. 환자가 많기 때문에 교수들은 역시 임상 경험이 풍부하고, 활발한 연구를 통해 학술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스스로의 재능에 대해 장황하게 말하는 사람은 한가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는 어느 기업가의 말이 생각난다. 역량이 있는 소수의 질환에 대해 클리닉을 구성, 관련과의 교수들을 동원하고, 나아가 센터, 병원으로 키우는 정책이 병원 경쟁력 제고에 보탬이 된다는 생각을 병원 운영자들은 가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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