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본문영역

기자수첩

기자수첩| '불량만두'가 주는 교훈

2004. 06. 14 by 이정윤 기자

식약청이 '불량만두' 사건으로 적잖은 내홍을 겪고 있다.

'불량만두' 사건이 사회에 미친 파장이 너무나 큰데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까지 가세한 형국이어서 불량 식품을 근절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하고 정치적·실무적 인책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식약청 직원들은 전반적으로 이번 사태의 파장을 예측하지 못한 경찰의 '한건주의'가 원망스럽다는 분위기다.

물론 폐기해야 할 자재를 원재료로 사용한 업체를 관리못한 책임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은 없으나 본질보다는 '쓰레기 만두'라는 자극적인 용어가 국민 정서를 극한으로 몰고간 성격이 짙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식약청의 초기 대응도 문제점이 많았다는 지적을 받는 동시에 이에 대한 문책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청내 전반에 드리워져 있다.

특히 경찰청에서 넘겨 받은 불량만두 생산업체에 대한 명단을 홈페이지에 한 때 게재한 후 곧바로 내린 조처는 청내에서도 미숙한 대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식약청이 뭔가 숨기고 있으며 대기업을 보호하려 한다는 의혹으로 증폭되면서 사안이 확대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조직 사회에서 다른 기관(경찰)이 작성한 예민한 문건을 쉽게 공개하는 것도 문제지만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쉽게 내린 것은 더욱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런 행태의 배경에는 식약청의 보수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공개하는 일에 익숙치 않은 전통적인 청내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물론 의약품 등 기업 비밀이나 확인되지 않은 일로 인해 기업에 가해지는 타격을 차단한다는 합목적성도 있지만 이를 빙자해 비공개에 익숙해진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요즘 식약청이 민원 편의를 도모하고 모든 직원이 홍보맨이 되려는 흔적이 뚜렷해지고 있는 시점에 폭발력이 강한 불량만두 사건이 터져 충격이다.

공개하는 일에는 무관심하지만 공개를 꺼리는 일에는 무한한 호기심을 발휘하는 일반국민들의 속성을 식약청이 이번 기회에 깨닫길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