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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수첩| '국가중앙병원 용어 논란의 의미'

2004. 05. 17 by 이창진 기자

"교육부 산하 병원이 어떻게 국가중앙병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습니까"

얼마 전 기자는 국립의료원 한 스탭에게 서울대병원을 국가중앙병원으로 보도한 데 따른 의미있는 항의(?)를 받았다.

이 스탭의 지적 사항은 참여정부가 추진중인 '국가중앙의료원' 설립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병원을 국가중앙병원으로 일컫는 것은 용어 뿐 아니라 의미상으로도 국민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이를 한 기관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실제로 기자들 사이에서도 '국가중앙병원'인 서울대병원과 '국가중앙의료원'인 국립의료원간의 표현을 두고 심심치않게 원조논쟁을 벌이곤 한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홍보실은 "국가중앙병원이라는 용어는 서울의대 부속병원시절 당시 문공부장관(현 교육부장관)이 한국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이래 자연스럽게 회자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이때부터 서울대병원의 보도자료에는 사안에 따라 국가중앙병원이라는 용어를 삽입해 국가적 병원이라는 무게감과 명분을 가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립의료원측은 50여년전 개원당시부터 'National Medical Center'(국립중앙의료원)라는 영문표현으로 명시돼 대외적인 국가병원으로서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문제는 핵심은 국가중앙병원(의료원) 사용에 대한 용어상의 문제보다 이에 걸맞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느냐는 하는 자격론에서 반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서울대병원이 국가중앙병원에 걸맞는 한국의료의 중심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느냐하는 부분과 공공의료기관임을 자임하는 국립의료원이 얼마나 국민을 위한 병원으로 인식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 부분에는 적지않은 시각차가 존재하고 있으나 분명한 것은 국가중앙병원이라는 용어는 국가를 대표하는 의료기관임을 상징하는 만큼 그에 따른 의무와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수익성 추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서울대병원과 의료급여(舊 의료보호) 환자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립의료원 모두 국가중앙병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에는 함량미달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이같은 논란의 이면에는 양 기관의 자존심이 내재되어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의료를 공공재로 인식하지 못한채 지금도 독자경영을 부추기고 있는 정부의 안이한 대처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국가중앙병원' 용어 혼란은 한국의료의 현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화상으로 가벼운 문제로 웃어넘기기에는 너무 많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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