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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수첩| '못쓰는 기사'와 '안쓰는 기사'

2004. 05. 06 by 이창진 기자

기자라면 한번쯤 이 기사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가지고 고민에 빠진 적이 있을 것이다.

이른바 '못 쓰는 기사'와 '안 쓰는 기사'에 대한 갈등은 기자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이다.

더욱이 당사자들의 이해와 입장이 상반되어 있을 경우에는 기사작성에 더욱 신중을 기하게 된다.

거창하게 국익을 논하지 않더라도 담당 출입처의 공익과 관련돼 알면서도 안 쓰는 기사는 그나마 기자직에 대한 묘한 쾌감을 안겨주며 자위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반면, 기사 한 꼭지로 극명한 명암이 좌우되는 첨예한 상황 등으로 못 쓰는 기사는 새로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통이며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갈등의 연속이다.

특히 인사문제와 관련한 기사는 이른바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한 취재원들의 정보제공으로 기자 스스로가 고민과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서울대병원장 선출과 관련한 취재를 하면서도 못 쓰는 기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사실은 기자직을 수행하면서 느끼는 또 다른 비애이다.

양측의 상반된 논리와 입장을 들으면서 '무엇이 정도(正道)인가'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수없이 던지며 활자화에 대한 고민을 반복한다.

결과를 떠나 인사라는 것이 무릇 '뚜껑을 열기 전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속설이 있으나 현재 서울대병원장직을 둘러싼 원내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바른 모습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기자들이 못 쓰는 기사가 많은 조직일수록 상처가 깊고 회복도 더디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현재의 상황은 더 큰 안타까움으로 다가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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