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최진욱 기자] 정부가 응급·분만·소아·외상 등 8개 진료과를 ‘필수의료’로 지정하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지만, 의료계의 시선은 곱지만 않다. 이는 특정 과를 지정하는 방식이 현장의 복잡한 진료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데에는 정부·의료계 모두 이견이 없다. 필수의료의 본질은 ‘환자를 살리는 것’에 있다. 그러나 특정 과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실현될 수 없다.
외상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외과 의사만 있다고 수술을 진행할 수는 없다.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영상의학과, 수술 중 환자의 생명줄을 지키는 마취과, 이 밖에도 감염 여부와 혈액 상태를 확인하는 등의 협진이 이뤄져야 비로소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생명을 지키는 과정은 다학제적 협진으로 이루어진다. 결국 이러한 ‘배후과’는 ‘보이지 않는 손’과 같다. 정부가 지정한 필수의료라는 큰 나무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자 뿌리인 셈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를 간과한 채, ‘전면에 드러나는 과’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을 실현하고 있다. 의료계가 “세부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협진 구조를 무시한 정책은 결국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또다시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필수의료는 배후과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재정의돼야 할 것이다. 명확한 정의가 있어야 재정 투입, 인력 배분, 교육 지원 등이 구체화될 수 있다.
또한 필수의료는 단순히 의료계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책무이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영역임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해답은 출발선에 있다. 필수의료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 그 정의를 확립하는 것이 시작이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손’을 잡아야 국민 생명을 지키는 울타리가 형성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