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창립 25주년을 맞아 ‘혁신’을 외쳤다. 그러나 의약품 유통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혁신”은 의약품유통업체에게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다국적제약사들이 내놓는 혁신 의약품은 대부분 대금 결제 2~3개월을 고수하고 있고, 의약품유통마진 2~3%가 관행이다. 물류비와 인건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의약품유통업체들은 “팔면 팔수록 적자”라는 푸념을 한다. 혁신 의약품이 의약품유통업체들에게는 무기가 되고 있는 것.
실제 지난해 의정 갈등 당시 서울대병원이 의약품 대금 결제를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을 때, 상당수 다국적제약사들은 “우리 문제 아니다”라며 책임을 외면했다. “환자를 위한 혁신”을 말하면서 환자에게 안전하고 신속한 배송을 책임질 협력 파트너인 의약품유통업체들의 어려움은 뒷전으로 미뤄둔 셈이다.
의약품 품절 사태는 더 심각하다. 9월에만 한국메나리니 안드로쿨정 등4~5개 다국적제약사들이 잇따라 품절 공문을 발송했다. 다국적제약사들의ㅣ 품절 문제는 어제오늘일이 아니지만 KRPIA 차원의 사과나 재발 방지책은 없는 등 자기 반성의 자세가 부족해 보인다. 한국에 공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애써 외면하는 모양새이다.
혁신은 신약 파이프라인에서만 완성되는 게 아니다. 약이 제때 공급되고, 의약품 대금이 시장 상황에 맞게 제때 지급되는 것, 이것이 의약품유통업계가 체감하는 진짜 혁신이다.
지금처럼 저마진 구조와 장기결제 강요, 잇따른 품절이 반복된다면 KRPIA가 말하는 혁신은 결국 제약사만을 위한 구호로 끝날 수밖에 없다.
KRPIA가 말하는 혁신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유통 부담 완화, 합리적 마진 보장, 품절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게 없다면 “혁신”은 결국 환자도, 파트너인 의약품유통업체도 외면한 채 제약사만의 이익을 위한 구호에 불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