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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직역 갈등 넘어 환자 안전과 재정 절감 등 사회적 합의 필요

[기자수첩]20년간 반복되는 ‘처방권’ 전쟁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2025. 09. 22 by 유은제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유은제 기자]국정과제 세부 계획에 포함된 ‘수급 불안약 성분명처방’ 정책이 국회 입법 추진 단계에 들어서면서 의사와 약사 간의 처방권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성분명 처방은 동일 성분의 의약품을 회사 제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사가 특정 회사 제품을 처방하면 약사가 동일 성분ㆍ함량 의약품으로 대체조제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에게 팩스나 전화로 통보할 의무가 있어 비효율적이라 실제로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약사 사회는 의사에게 처방권이 독점돼 있다고 비판하고 성분명처방을 핵심 과제로 삼아 왔다. 불필요한 재고와 의약품 폐기를 줄이고 사회적 비용 및 건보재정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성분명 처방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동일 성분임에도 의사가 특정 회사 제품을 지정해 처방하면 약국은 여러 제약사 제품을 동시에 갖춰야 하고, 이는 곧 폐기와 비용 손실로 이어진다. 이에 약사회는 의약품정책연구소를 통해 연구용역을 근거로 성분명 처방을 도입할 시 약 1조 원의 약제비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료계는 성분명 처방은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하는 불법적인 행위로 간주하고 ‘환자 안전’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의협은 성분명 처방이 단순히 약물의 성분명을 기재하는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병력과 병용 약물, 부작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동일 성분이라도 환자별 반응은 다르고 임의의 대체조제가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약제 선택권이 약사에게 넘어가면 의사의 고유 권한이 축소되고 의약분업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실 성분명처방 논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의약분업 시행 이후 20여 년이 넘도록 꾸준히 제기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표면적으로는 ‘환자 안전’과 ‘사회적 비용 절감’의 대립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처방권과 조제권이라는 직역 갈등으로 볼 수 있다. 성분명 처방이 확대되면 약사는 의약품의 선택권을 넓히게 되고 의사는 자신의 처방 권한을 일부 내줘야 하므로 본질적인 효과보다 직역 갈등이 부각되는 것이다.

성분명처방 논쟁은 국민이 안전하게 약을 복용하면서도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 해법을 찾는 것이 문제다. 의사와 약사가 각자의 입장만을 주장한다면 답은 나오지 않는다. 결국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로 접근할 때 성분명 처방 논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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