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지난 14일 젊은 의사들이 출범시킨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은 두 가지 인상적인 장면을 이끌어 냈다.
첫번째로 내외빈의 구성이다. ‘전공의’와 ‘노조’라는 조합 덕분일까? 좀처럼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의료계와 (보건의료)노동계가 함께 만나 권리회복의 첫 걸음을 응원했다.
두번째로 응원의 내용이다.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전공의노조 출범과 앞으로의 활동을 지지했는데 그 디테일은 차이가 있었다.
양대 노총(민주노총, 한노총)은 노동권을 지키기 위한 결단을 높게 평가하며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고, 의료계 단체들(병원의사협의회, 전의교협 등)도 앞다퉈 노조 출범을 축하하고 응원했다.
전공의노조가 선언한 △전공의의 정당한 권리와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 △환자의 안전과 국민 건강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을 것 △대한민국 의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사회와 책임을 나눈다는 기본 방향은 어느 누구라도 동의할 것이다.
다만,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의사출신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의 ‘소신 발언’이었다. 이 의원은 노조를 설립한 전공의를 응원하면서도 노동자로서의 관리와 전문가로서의 탁월성을 100% 함께 얻어가기는 불가능하다고 전제했다.
지난 전공의 생활을 괴롭고 고단하다고 회고하면서도 분명히 배운 것들이 있었다고도 언급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결국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피교육자’인 전공의의 이중적 지위로 귀결된다.
문득 지난해 3월 보건복지부가 개최했던 ‘전공의 처우개선 논의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와 8월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열었던 ‘전공의 수련 내실화 방안 토론회’가 떠올랐다.
전공의의 정체성이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피교육자’라고 전제되면서 3월 토론회에서는 근무시간 단축 등 처우개선이, 8월 토론회에서는 수련 내실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논의됐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러 전공의들은 다시 스스로를 ‘근로자’로 규정했다.
근본적으로는 정책당국이 처우개선과 수련환경 개선을 모두 고려한 정책을 수립해야겠지만, 이에 대한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이유는 결국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공의가 진정한 정책당사자가 되기 위해서는 요구 이상의 고민이 필요하다. 노조출범으로 제시된 전공의와 환자, 의료를 위한 소중한 선언들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지 않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전공의들은 보다 나은 의료를 목표로 한쪽 날개를 흔들어 날갯짓을 시작했다. 이제 교육(전문성)이라는 반대편 날개도 들어 함께 움직여야 정말로 날아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