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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도 실효성 담보, 영상 품질 평가 기준·재촬영 방지·국가 시스템 구축이 성공 열쇠

[기자수첩] CT 차등수가제 기대감, 환자 안전과 의료 질 위한 첫걸음

2025. 09. 12 by 오인규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대한민국 국민의 의료 방사선 피폭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8배에 달하는 심각한 상황에서, CT를 비롯해 특수의료장비에 대한 차등수가제 도입을 바라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조치로 기대를 받고 있지만,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장비의 노후도 하나만 집중하기보다 영상의 질과 환자 피폭량, 재촬영 방지 방안까지 고려한 정교한 정책 설계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인규 기자사진

최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연평균 의료 방사선 피폭량은 3.1mSv로 OECD 평균(1.7mSv)을 크게 웃돈다. 지난 5년간 검사 건수는 연평균 7.6%, 피폭량은 6.2%씩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문제의 핵심에는 CT 검사가 있다. 전체 의료 방사선 검사에서 CT가 차지하는 비중은 3.8%에 불과하지만, 피폭량 기여도는 무려 67%에 달한다. 미국 ‘JAMA 내과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는 CT 촬영이 알코올 섭취나 비만만큼이나 주요한 암 발생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여기에 국내 CT 장비의 노후화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국내 CT 장비 10대 중 3~4대(34.8%)는 10년 이상 된 노후 장비라는 발표도 있었다. 오래된 장비는 더 많은 방사선을 방출하고, 영상 품질이 낮아 불필요한 재촬영을 유발하며 환자를 이중 위험에 빠뜨리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대두된 ‘차등수가제’ 카드는 의료기관의 자발적인 장비 관리와 교체를 유도할 효과적인 기전으로 평가된다. 장비의 성능과 품질을 수가에 반영함으로써,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정확한 검사를 제공하는 기관에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핵심 과제가 반드시 선결돼야 한다.

첫째, 정확한 품질 평가 기준 확립이다. 장비 연식을 따지는 것을 넘어, 실제 검사 영상의 질과 환자 피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영상 선명도, 진단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를 도입하고 방사선량 기록 의무화 등을 통해 단순히 값비싼 최신 장비를 갖추는 것 보다 장비를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노력에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

둘째, 재촬영 방지를 위한 강력한 방안이 반영돼야 한다. 재촬영은 불필요한 피폭과 의료비 낭비의 대표적 주범으로 평가된다. 전문가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 영상 품질 및 선량 안전성 등을 평가해 수가에 반영하고, 재촬영 발생 시 수가를 삭감하는 과감한 정책 또한 요구된다. ‘한 번에 제대로’라는 원칙을 확립해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를 정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 차원의 선량 관리 시스템 구축이다. 장비별, 부위별 적정 방사선량 기준을 설정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과도한 피폭을 유발하는 기관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하다. 이는 의료기관 간의 방사선 사용량 편차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의 불필요한 방사선 피폭을 최소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차등수가제 도입 논의는 의료비를 조정하는 차원을 넘어, 국민 건강을 지키고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보인다. 환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의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의 쉼 없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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