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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수첩] ‘불법 보형물’ 악귀의 침공, K-뷰티 혼문을 노래하라

2025. 07. 31 by 오인규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K-뷰티라는 이름으로 세계 무대에서 각광받은 지 오래인 한국의 미용 의료 산업. 하지만 화려한 겉면 뒤에서는 ‘혼문’처럼 견고하게 세워져야 할 장벽이 무너지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불법 보형물 문제가 ‘악귀’처럼 조용히, 그러나 깊이 병들고 있다.

오인규 기자사진

최근 코 성형 보형물 회수 명령이 떨어진 국내 의료용 실리콘 선도 기업의 실태는 단순한 편법을 넘어 K-뷰티 신뢰 기반을 뒤흔드는 위협이 수면 위로 들어난 대표적 사례이다.

‘혼문’은 최근 넷플릭스의 메가 히트 애니메이션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주인공 그룹인 헌트릭스 동료들의 믿음이 담긴 음악과 팬들의 진심 어린 감정이 공명을 이뤄 만들어내는 악귀의 침입을 막는 일종의 마법 결계다. 우리 의료산업에도 제조사와 의료진, 환자, 정부가 함께 만들어야 할 견고한 혼문이 필요하다. 이것은 바로 ‘신뢰’와 ‘안전’으로 만들어진 보호막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허가 받지 않은 원재료가 포함된 제품으로 유통된 맞춤형 코 성형 보형물이 병원에 납품돼 수술에 사용되고 있으며, 일본과 동남아 등지로까지 수출된 정황도 포착됐다. 문제는 병원도, 환자도, 때로는 시술한 의료진조차 해당 제품이 불법인지 몰랐다는데 있다. 의료라는 대표적 신뢰 기반 산업에서 이보다 심각한 일탈이 또 있을까.

그렇다면 이 상황을 아무도 몰랐을까? 아니다. 업계 내부에서는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규모 업체가 다른 회사의 인허가 번호를 도용해 제품을 유통하거나, 납품 담당자가 식약처 허가 여부를 식별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지금 이 순간도 소비자들은 수술대 위에 올라 정체를 알 수 없는 보형물을 체내 삽입하고 있다. 누군가는 운 좋게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평생 짊어져야 할 후유증을 떠안게 될지 모른다. 피해자는 환자만이 아니다. 인허가를 성실히 받은 제조사, 정직하게 제품을 쓰려는 병원, 안전 수술을 원한 의료진 모두가 손해를 입는다.

마치 ‘착한 만큼 손해 보는 구조’가 돼 버린 것. 정부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현행 제도는 경고나 단기 제조정지 수준에 그친다. 실리콘 공급사로 부터 퇴출당하지 않는 이상, 국내 단속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제재가 어렵다. 솜방망이 처벌이 오히려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규모가 작은 병원은 제대로 확인할 시스템 자체가 없고, 의료진은 성실하게 시술했음에도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으며, 정부는 인력 한계 속 감시 역량이 부족하다. 소비자는 결국 이 모든 어긋난 구조 속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남는다.

업계는 발전을 위해 끝없이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불법’과 ‘편법’을 경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정직하게 인허가 받은 기업이 유별나다고 취급받고, 잘못을 저지른 기업이 오히려 시장을 이끈다면, 이는 산업 전체의 결계를 흔들고 파멸로 이어진다.

K-뷰티가 진정한 글로벌 기준으로 자리 잡기 위해, 지금이 바로 불법 보형물과의 파괴적 결별을 선언할 때다. 그리고 그 시작은 정부의 철저한 모니터링과 병원의 시스템 구축, 업계의 자정 노력이 ‘혼문’을 이루며 함께 노래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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