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보건복지부가 5월 말까지 ‘전공의 추가모집’을 허용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수련 복귀를 희망하는 사직전공의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복귀할 수 있는 공식 절차가 열렸으나 마음만큼은 쉽게 돌아서지 못한다. 단지 제도적 허들이 아닌 복귀 이후 맞닥뜨릴 냉랭한 시선과 내부 분위기 때문이다.
“복귀하긴 했지만, 계속 눈치만 봅니다. 제 개인사정은 모르고, 왜 돌아갔냐는 식의 비판과 질책만 이어지고 있어요.”
이는 복귀한 한 사직전공의의 한숨 섞인 목소리다.
이같은 사례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처음부터 투쟁에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향한 비판이 ‘블랙리스트’로 전 사회적 문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1년 가까이 함께 투쟁하다 어쩔 수 없이 복귀한 이들조차 내부의 비난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일부 병원에선 ‘복귀자 명단’이 암암리에 공유되고, 비공식적인 ‘따돌림’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동지’에서 ‘변절자’로 말이다.
결국 복귀를 고민하는 사직전공의들은 ‘복귀하면 나도 저렇게 되는구나’라는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는 휴학한 의대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직전공의들은 이미 충분히 큰 대가를 치렀다. 환자의 곁을 떠난 의사로서의 책임감 상실과 더불어 채용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심지어 동료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는 공포까지.
그동안 전공의들이 말한 연대가 복귀라는 다른 길을 선택한 동료를 비난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복귀했다고 조롱하고, 비난하는 것이 아닌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고심했을지를 헤아려주고, 그 불안감을 안아주며 위로하는 것이 진정한 연대가 아닐까.
‘전장에 누가 남았고 떠났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왜 전장에 함께 모였었는지’, ‘우리가 어떠한 일을 함께 도모했는지’를 되새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게다가 동료의 복귀에 대한 비난은 결국 의료계 내부의 분열을 조장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난 1년간 정부가 갈라치기 전략으로 의료계의 결속을 흔들었던 그 약점을 되풀이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결국 의료계 전체의 힘을 약화시킬 뿐이다.
정부는 정책 강행과 형사처벌, 행정처분 등 온갖 겁박으로 전공의들의 등을 떠밀었다. 하지만 지금 정작 이들에게 더 깊은 상처를 남긴 건 정부의 압박보다 동료들의 차가운 시선과 날선 말이다. 지금 필요한 건 ‘비난’이 아닌 ‘포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