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본문영역

기자수첩

의사들 소신 진료 환경 구축 필요...비급여 매몰 저수가 정책 개선돼야

무분별한 성장호르몬 처방...의사·부모 자정 필요

2023. 10. 30 by 유은제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유은제 기자] “우리 아이 성장을 위한 최상의 솔루션 제공”, “주사 치료로 15cm 이상 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솔깃한 말이다. 몇 달 전 아이 진료로 2차 병원을 방문했을 때다. 혈액검사실 앞에는 성장 검사를 위해 대기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키가 작다’는 기준은 나이‧성별의 어린이 중 하위 3%에 해당한다. 또 사춘기 전 연간 키가 4cm도 못 크거나 또래 평균보다 10cm 이상 작은 경우다. 이때 검사를 통해 성장 장애가 의심되면 정밀 검사 후 진단을 받고 급여 처방을 받는다.

문제는 일부 의료기관에서 아이가 성장 장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부모의 요구가 있다면 무분별하게 성장호르몬 주사를 처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9월 안민석(민주‧오산) 국회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청소년(19세 이하) 성장호르몬 치료 급여 지원 현황’에 따르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지만, 성장호르몬 주사를 처방받은 아동은 2020년 이후 8만 명으로 진료비가 약 3160억에 달한다.

이같이 성장호르몬 주사 처방이 급격히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저수가에 시달려 비급여로 의료기관을 유지해야하는 일부 의사들의 비윤리적 과잉진료와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부모가 아이를 위한 지출을 아끼지 않은 ‘텐포켓’ 현상이 맞물려 발생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블로그나 맘카페에 게시된 근거 없는 사례나 정보들이 부모들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성장클리닉을 방문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되는 불법적 의료광고도 한몫한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성장호르몬 주사에는 부작용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성장호르몬 주사는 척추측만증이나 일시적 당뇨, 고관절 탈구, 두통·구토 등의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부모들이 원한다고 의사들이 무분별하게 성장호르몬 주사를 처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출산 시대에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에 의사들이 성장호르몬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전달·처방함으로써 자신들의 소신과 신념을 공고히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모든 잘못을 의사에게만 돌리기 어렵다.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진료거부 등을 빌미로 민원을 제기하는 극성 부모들도 문제다. 또 의사들이 비급여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든 정부의 저수가 정책도 마찬가지다.

부모들이 의사의 전문성을 존중·신뢰하는 것은 물론 정부가 필수의료 등 저수가 정책 개선해 의사들이 소신진료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