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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정말 보험금 지급만 늘어날까?

2023. 09. 15 by 정광성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보험업법 개정안 일명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으로 보건의약계‧환자단체‧시민단체와 보험업계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에 대한 심사가 진행됐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오는 18일 재논의될 예정이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통과되면 전산화된 보험청구 서류가 의료기관에서 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로 자동으로 전송된다.

이에 보험가입자는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해 보험청구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지고, 그로 인한 소액보험금 미청구도 줄어 약 2600억~3200억 원가량의 금전적 이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보험가입자에게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되는 보험업계는 왜 찬성할까. 심지어 보험사들이 지난해부터 백내장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을 높이며, 보험금 미지급으로 소비자와 분쟁을 이어가고 있어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법 개정으로 손해를 본다면 절대 수용할 리가 없는 게 상식적이다. 그렇다면 이면에 다른 이유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청구 간소화’를 내세우며, 환자의 의료데이터를 집적하고 이를 토대로 보험금 지급을 삭감‧거부하거나 환자를 선별하는 데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이를 이용해 보험업계가 의료기관은 과잉진료, 보험가입자에게는 도덕적 해이라는 프레임을 언제든지 씌울 수 있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과잉진료나 도덕적 해이는 지양해야 한다. 또한 보험청구 절차의 전산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전산화를 통해 집적되는 의료데이터가 민간기업인 보험사에 의해 다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분명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보험가입자에게 편리함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보험사가 이익을 위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되는 사실이다. 당장의 편리함을 위해 이를 찬성해서는 안 된다.

이면에 있는 문제점을 직시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대책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는 시기상조라고 볼 수 있다. 법안 심사가 아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개정안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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