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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원 82주년 서울백병원, 역사속으로 사라지나

2023. 06. 07 by 오인규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안 낀다’ ‘지성이면 감천’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우리나라에서 노력의 중요성을 말하는 속담은 유난히도 많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근면·성실로 대표되는 국민성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유명한 자기계발서에서 나온 ‘1만시간의 법칙’이라며 성공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면 그 분야에 프로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환경적 요인의 중요성도 언급했지만 특별하지 못한 부분을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한 것 같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 되는 일들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 제법 많기 때문이다. 서울백병원 폐원안이 인제학원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왔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보며 다시금 깨달았다.

길고 긴 세월과 함께하며 빛났던 순간도 있었지만, 거세진 구도심 공동화 현상과 빅5를 중심으로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한지 오래인 국내 의료서비스 산업에서 뒤쳐지며 어느덧 누적적자가 1700억을 넘어선바 있다.

폐원안이 의결되면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서울백병원은 8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사실 서울백병원의 경영 상태를 걱정했던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병원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수련병원’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긴축과 수차례 리모델링 및 특성화를 모색하고 외부 경영 컨설팅을 시도하는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다. 그래도 상황은 개선되지 못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향하는 세드엔딩이 될 가능성은 하루가 다르게 더욱 높아지고 있고, 병원 내부에서도 마음의 준비를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기억해야할 것은 역사와 전통, 상징성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힘썼던 인제학원 그리고 서울백병원의 노력이다. 최소한의 명맥을 잇고 살아 나가보려는 발버둥 속 마냥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는 사실, 결정되지 않은 다수의 상황들을 차치하더라도 형제병원을 활용해 교직원들의 고용승계는 무조건 확실히 하겠다는 일관된 메시지는 진정성을  담고 있다.

이는 지난해 백병원 역사의 시작인 백인제외과병원이 위치했던 서울백병원 1층 로비에 백병원의 창립자이자 외과의사, 현대의학의 개척자인 백인제 박사의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전시한 기념 공간을 조성한 것으로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는 관심도 없는 것처럼 우리에게 어떤 일은 예상보다 더 좋게 일어나고, 어떤 일은 생각보다 더 형편없이 진행된다. 이것은 삶의 자연스러운 원칙이다. 그리고 또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끝이 있으면 새로운 시작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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