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진 교수 “정부가 지역 200병상 5개 병원 인수해 큰 병원 하나로 운영해야”
박형근 공공부원장 “영국에서 제언된 2차병원 1000병상…급성기 병원 분포·생태 고민 필요”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왼쪽)와 박형근 제주대병원 공공부원장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왼쪽)와 박형근 제주대병원 공공부원장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지역의료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에서 지역병원간 인수합병(M&A)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화두가 던져졌다.

높아진 국민 의료수요에 맞춰 지방병원도 대형병원으로 통합해 규모를 갖춰 의료를 제공해야 하며, 이를 정부차원에서 고민해야한다는 제언이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는 29일 LW 컨벤션에서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지역의료 강화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용진 교수는 이날 발제자로 참여해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지역의 주도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지역책임의료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또한 필수의료 버팀목 역할을 담당할 지역병원 거점화 전략, 원격협진 등 디지털 기반 지역의료 활성화 방안도 제시했다.

이어진 플로어 질문에서는 복지부 지역의료정책과로부터 지역의료 정책을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의료)공급이 굉장히 전문화·세분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해온 지가 거의 50년 정도 됐는데, 병원의 제너럴리스트라는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제도도 큰 병원에서 생기고, 그 안에서 너무 세분화돼 어지간한 규모가 되지 않으면 국민이 원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논의가 적극적으로 되고 있지는 않지만, 국민이 원하는 의료서비스가 되려면 시도 단위에서의 ‘공급 구조조정’이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비영리법인 퇴출을 어떻게 할 지에 맞닿아 있어서 굉장히 어려운 법적인 논쟁이지만, 논의는 필요하다. 대규모가 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공급의 M&A를 어떻게 할 지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준비해 재정을 투입해 규모를 만들어야만 지역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병원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예를 들면서 “200병상짜리 병원 5개가 있으면 따로 운영될 때 거의 다 망한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정부가 5개를 인수해서 각각 전문분야별로 만들어 큰 병원 하나로 운영한다면 (의료수요에 맞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역의료 강화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 토론자들
지역의료 강화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 토론자들

이와 관련, 앞서 진행된 토론회에서도 박형근 제주대병원 공공부원장이 지역 병원 규모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박형근 공공부원장은 “지역의 대학병원 구조가 커야 입원, 외래, 시술, 중환자실, 응급실진료까지 아우르는 구조가 가능하다”며 “약 25년 전 영국 왕립응급의학회는 21세기 종합병원은 1000병상 이상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기서 종합병원은 우리나라의 2차병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나라는 500병상 이상 남는 병원이 100개 수준이고, 나머지 1400개의 급성기병상은 그보다 적다. 이런 병원에서 세부 분과별 전문의를 갖춰서 24시간 365일 커버한다는 게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의 종합병원, 급성기 병원의 분포와 생태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