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호소문 발표하고 사직 결정 이유 등 언급
낙수과 오명과 정책 논의 의향 무시한 채 악마화하는 정부에 실망감 표출
의대증원 실효성 지적하며 2000명 증원 재검토할 것 요청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사직서를 제출한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 2000명 증원을 재검토하고 필수의료를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강북삼성병원·건양대학교병원·고려대학교구로병원·대구파티마병원·부산대학교병원·분당제생병원·서울대학교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순천향대학교천안병원·아주대학교병원·양산부산대학교 병원·울산대학교병원·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대목동병원·전남대학교병원·전북대학교병원·한림대학교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사직 전공의 일동은 28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발표된 다양한 소아 의료관련 정책들을 보며 조금은 개선될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으나 올해 2월 정부가 발표한 ‘2000명의 의대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 패키지는 ‘낙수과’라는 오명과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저희의 희망과 자긍심마저 잃게 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직 소청과 전공의들은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하게 된 이유는 이미 배출된 전문의들이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정책과 정부의 방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소청과는 대부분 국가가 정한 급여체계 안의 진료를 하며 영유아 검진 등 각종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지만, 오히려 만년 적자로 개원가에서도 대학병원에서도 생존할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성인과 달리 소아진료는 장시간과 많은 인력, 기술을 요하지만 현재의 수가체계는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사직 전공의들은 설명했다.

반면에 나날이 증가하는 의료 소송으로 인해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진료를 하다보니 대다수의 소청과 전문의들이 뜻을 펼치지 못하고 다른 진료과를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청과 전공의들은 환경 개선 없이 2000명 의대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의미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2000명 중 극소수를 10년동안 기다리는 것보다 저평가된 수가의 개선과 특수성을 인정하는 정책으로 숙련된 전문의 유입을 시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문제해결 방법”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 정부가 제시한 필수의료 패키지는 허황된 꿈이라고 평가했다. 사직 소청과 전공의들은 “정부가 제시한 필수의료 패키지는 ‘고질적인 의료계의 문제들을 지속하는 패키지’라는 명칭에 걸맞다”며 “지금까지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들에 대해 성숙한 협의 과정 없이 막대한 세금으로 1년 안에 해결하겠다는 것은 허황된 꿈이며 지금까지 반복된 실책의 연장이다. 2000명의 진로와 수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의료비가 걸려있는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와 이념을 떠나 깊은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직 소청과 전공의들은 정부가 정책방향에 대한 전공의들의 논의 의향을 무시하고 악마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 면허 취소, 형사 고발 등으로 압박하며 잘못된 정책 하에서 일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더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소아청소년과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임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대한민국 의료에 대한 좌절감과 실망감으로 깊은 고민 끝에 사직을 결정했다고 소청과 전공의들은 밝혔다.

사직 이후 발표된 당근책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선을 전했다. 소청과 전공의들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월 100만원의 보조금, 일시적인 수가인상들을 포함하여 매일 검증 없이 쏟아내는 정책들은 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땜질 처방에 불가하다”며 “지방의 의대생을 증원하여도 해당 지역의 근무 또는 환자수가 보장되지 않는 한 일시적인 눈가림일 뿐,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직 소청과 전공의들은 “정부는 2000명의 무리한 증원을 고집하는 것보다 증원의 필요성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조속히 실시하여 더 이상의 의료 붕괴를 막아야 한다”며 “동반하여 쏟아내고 있는 단발성 정책이 아닌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하여 붕괴를 앞둔 필수의료 과들의 특수성에 걸맞은 정책과 보상을 통해 필수의료를 소생시킬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는 “믿음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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