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 위원장 “고유역할 잃고 정부에 휘둘리고 있다” 지적
건보재정 사전 긴급 투입 대해서도 우려..."위기상황 맞는지도 의문"
제2차 건보 종합계획에 대해서도 비전 없이 긴축만 매몰된 정책이라 비판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 보험자로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역할이 실종되고 있음을 우려했다. 건강보험 재정 운영과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 정부 정책에 휘둘리면서, 보험자로서 고유역할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노동조합(이하 건보노조, 위원장 김철중)은 26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출입 전문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보험자로서 건보공단의 역할 및 정부가 발표한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간담회에서 김철중 건보노조 위원장은 보험자로서 공단의 역할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건강보험 재정관련 측면에서 △2024년 보험료율 결정에 공단이 ‘보험료율은 최소 1% 인상(약 7000억원) 안’을 공개적으로 의견 표출 했으나, 동결된 점 △자동차 및 재산공제액 상향조정 건은 부과체계 개편의 연속선상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과 복지부를 중심으로 마치 신규 발굴된 사업인 것처벌 발표하고, 그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보험재정 위기에 대한 보험자로서 문제제기가 부재한 점 △중증 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4년간 약 3600억원) 등 여러 건강보험 주요 사안에 대해 보험자 입장을 표출하지도 못하거나, 했더라도 관철되지 못한 점 등이 아쉽다고 밝혔다.

또한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 공단의 2024년 연두 보고서가 필수의료 공백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필수의료 강화 정책과 내용으로만 채워져 보험자로서 고유한 입장을 담아내지 못한 점도 아쉽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보장성 정책이 전무한 상태로 공단이 보장성 정책을 포기한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일례로 △매년 공개해왔던 건강보험 보장률을 2022년에는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 △본인부담금 부담으로 진료를 제대로 받기 어려운 국민들에게 소득 수준에 따라 보장성을 강화하는 본인부담 상한제 관련 정책 보다, 시혜적인 정부의 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재난적 의료비 확대사업에 비중을 두어 추진해 정부 집행기관으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언급했다.

공단이 가입자의 대리인 역할로, 건보재정을 관리하는 동시에 관련 정책을 더 독립적이면서 적극적으로 제안하기보다는, 그저 건보료 징수역할만 하고, 보건복지부의 부속기관처럼 복지부 정책에 독립성을 잃고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공의 이탈로 가동된 비상진료상황에 건강보험을 정부가 긴급투입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노조는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유행당시 등 건보재정을 긴급 투입하는 행위 등 선 투입 후 보고 하는 행위 전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코로나를 겪으며 건보재정을 원활하게 쓰기 위해 내부적으로 규정을 만든 것으로 안다”며 “500억원 이상은 지출했을 때 건정심 소위원회에 보고하고 의결을 받는 형식으로 만들어 놓은 것으로 안다. 당시도 노조에서 성명이 나갔지만 가입자를 무시하는 처사다. 건정심을 거수기로 만들기 위한 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비상진료에 건강보험재정 1882억원 등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과연 지금 상황이 재난에 해당하는가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노조에서 볼 때는, 최근 의료공백 문제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치다. 재난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상진료에 건보재정을 긴급 투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건보노조는 건보 위임사항에 있어서 절차적 문제는 없는지 법적 자문을 받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건정심 가입 위원들과 논의해서 대응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 정부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도 작심 비판...“국민 없는 계획”

건보노조는 정부가 올해 발표한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에 대해서도 “국민이 없는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건보노조는 △국민 총 의료비(경상의료비) 억제에 대한 비전은 없고 건강보험 긴축에만 매몰된 정책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이 전무한 최초의 중기 계획 △공보험 순기능을 무시하는 미국식 민영보험의 건강관리체계 도입 △국민 건강정보를 민간 자본에 팔아 넘기는 정책 △의료산업계에게 건강보험 재정을 퍼주는 의료민영화 정책 등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현재 포괄 및 신포괄수가제도를 보완해 5.5% 비중을 11%(묶음 수가)로 바꾼다는 계획은 너무 미비한 지불제도 개편 계획인 점 △필수의료 범위가 과도하게 협소하게 설정되어있음에도 적절한 보상을 하면 필수의료가 해결될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는 점 △상대가치 점수를 올려서 수가를 올리는 행위가 행위별 수가 인상책을 답습하고 있는 점 △공공의료수가로 행위별 수가산정을 보완하는 것은 공공적이지도 않고, 정책적이지도 않은 수가가산 형식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특히 건강생활 실천지원금제 등 미국식 민영보험에서 사용하는 미끼상품을 인센티브제도로 들여오는 것은 정부의 책임을 포기하고 환자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비중증 과잉비급여에 대한 혼합금지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선을 내비쳤다. 다만 필수적인 비급여 항목들의 급여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환자 치료접근성 제한 우려에 대해 김 위원장은 “건강보험 급여항목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전제조건”이라며 “나머지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일부 예외를 인정하는 것으로 시행하면 된다”고 밝혔다.

종합적으로, 혼합진료 금지는 의학적 필요를 가진 의료행위와 치료재료 등을 모두 급여화하면서 진행해햐 하며, 이 같은 전제가 충족된다면 환자의 치료접근성 제한의 문제는 최소화하고, 오히려 표준적이고 적정한 의료선택권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선택비급여 중 물리치료 비급여 주사제를 우선적으로 점진 축소하면서, 혼합진료 금지 로드맵을 만들어 의-정간 합의 순서대로 도입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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