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틸화 분자 감소로 암억제유전자 작용 시작

日 연구팀, 약 내성 메커니즘도 발견

[의학신문·일간보사=정우용 기자] 난치성 혈액암 치료제가 작용하는 자세한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일본 도쿄대 연구팀은 혈액암의 일종인 성인 T세포 백혈병림프종(ATL) 치료제 '발레메토스타트'(valemetostat)를 투여하면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제대로 작용해 치료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약물 내성이 생기는 메커니즘도 발견해 효과적인 투여법 개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연구논문은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됐다.

암환자에서는 암 발생과 증식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DNA가 휘감고 있는 히스톤이라는 분자의 메틸화가 하나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발레메토스타트는 분자를 메틸화하는 효소의 작용을 방해하는데, 이 작용이 치료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에 관해서는 그동안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었다.

연구팀은 ATL 환자의 암세포를 조사한 결과 메틸화한 분자에 의해 DNA가 모여 굳어지고 암억제유전자가 작용하지 않게 된 사실을 확인했다. 발레메토스타트를 투여하자 메틸화한 분자가 줄고 DNA 덩어리가 느슨해져 수백종의 암억제유전자가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메커니즘도 밝혀졌다. 발레메토스타트를 투여해도 DNA 자체의 메틸화가 진행되면 암억제유전자 등이 작용하지 않게 됐다. 발레메토스타트를 DNA의 메틸화를 촉진하는 효소를 방해하는 약물과 조합하면 치료효과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발레메토스타트는 도쿄대 야마기시 준 교수팀과 다이이찌산쿄가 공동개발하고 2022년 일본에서 ATL 치료제로 승인을 취득했다. 유전자 작용의 강약을 바꾸는 메커니즘인 '에피게놈'에 작용하는 새로운 타입의 치료제로 현재 다른 혈액암과 고형암을 대상으로도 임상시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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