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협, 일방적 2000명 증원 지적…대화 없는 정책 강행 시 ‘준법투쟁’ 전망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 개원의 단체가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증원 2000명의 추진 정책에 대해 제대로된 진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러한 일방적 정책이 계속된다면 개원의들도 자발적으로 주40시간을 고수하는 ‘준법투쟁’에 나설 수 있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대개협 임원들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대개협 임원들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은 17일 스위스 그랜드호텔서울에서 ‘제33회 춘계연수교육 학술세미나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비판했다.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보건복지부는 왜 증원이 필요한 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대교육에 필요한 인프라구축과 소요재원, 학생수 확보에 따른 교수 확보와 재원, 의사 2000명 증원에 따른 간호사 등 인력 문제, 지방 의무 복무에 대한 복무지 계획도 없다”고 우려했다.

또한 “향후 의대정원을 줄인다면 학생이나 국민 저항도 상당할 것이고, 의사수가 많아 교수를 채용했는데, 숫자가 많이 남아줄어 정원을 줄이면 교수를 자를 것인가”라며 “계획안을 발표하고, 의사들에게 어떤 것이 맞는지 틀린지 알리고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해결할 최우선 정책이 원가 이하의 수가를 정상화하고, 고의과실이 아닌 의료사고에 대한 처리 특례법, 재대로된 의료전달 체계 확립임에도 불구하고 의사증원에만 매몰돼 있는 등 잘못된 진단을 하고 있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에 대해서도 “대한의사협회는 전공의협(대한전공의협회)와 생의해 전공의 사직을 방조하거나,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 그래서 현재 의료계 대표들을 경찰조사하면서도 수사만 하고 결과발표를 못 하고 있지 않나”라며 “전공의 자신들이 2000명 증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문제의식을 갖고 각자 행동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대개협도 회원들에게 파업을 하라고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돼 의사들이 피로도를 느낀다면 의사들은 진료접근성이 떨어질까봐 희생해 왔던 야간근무와 주6일 근무를 본인 판단에 따라 휴진하는 ‘준법투쟁’ 상황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김동석 회장은 “대개협이나 의협 비대위는 아직까지 파업까지 논의한 적도 없고, 지시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모든 의사들이 분노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표출을 막을 수는 없다”며 “전공의, 의대생에 대한 합법적·인도적 차원에서의 지원이 있다면 하고싶어할 것이고, 개원가의 변화(준법투쟁)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필수과에 종사하고 있는 대개협 임원들도 정부의 의대정원 정책을 잇따라 비판하면서 제대로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개협 이세라 부회장(대한외과의사회장)은 “전공의가 현재 1만명 빠져나가있고 연봉은 5000만원 정도가 될것이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5000억원 정도의 연 임금이 들어간다”며 “전공의가 빠진 자리에 대학교수 임금을 주는 전문의를 넣었다면 의료와 교육의 질이 좋아지겠지만, 2배 정도를 최소라고 할 때 1조원의 돈이 들어간다”고 재정적 문제를 제기했다.

이 부회장은 “정부는 전공의 대신 전문의를 채용한다는 정책을 이야기하는데 이에 대한 재원 마련 대책이 있는 상태에서 필수의료패키지를 추진하는지 정책브리핑에라도 나올지 궁금하다”며 “급조한 정책패키지이기 때문에 의사들과 전공의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균형있는 재원분배, 재정마련 같은 구체적 대책이 있는 다음에야 의대정원 숫자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순서와 준비가 잘못됐다”며 “외과의사회장으로서 말한다. 국민과 언론 모두 전공의의 의견을 존중하고 목소리에 귀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왼쪽부터)대개협 김동석 회장, 이세라, 이형민, 김재유 부회장
(왼쪽부터)대개협 김동석 회장, 이세라, 이형민, 김재유 부회장

대개협 이형민 부회장(대한응급의학의사회)은 “정부는 심각단계를 발령한지 한달째, 정작 현장 상황은 심각하지 않다면서도 하루에 한번씩 대책을 발표한다.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며 “그러나 응급실을 지키는 것은 의사다. 정부는 응급실을 운영할 능력이 없음에도 현장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나가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짚었다.

이 부회장은 “응급실을 평소보다 축소운영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발표는 축소은폐이다. 진료 능력의 절반 가까이 소실한 가운데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며 “공보의(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을 파견했지만 응급의학전공의만 600명이 나갔고 이들 빈자리는 누가 채울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이형민 부회장은 “지난 14일 응급의학과 미래포럼에 전공의 300여명이 참여해 현장의 어려움과 해결 방안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며 “이들이 정말 의료를 포기한 사람들이고, 돈을 위해 포기한 나쁜집단인가. 이들은 아직도 희망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제대로 해결돼 빠른 시일내에 의료현장에서 일할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대개협 김재유 부회장(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장)은 “분만 인프라가 깨진 것은 10년이 넘었다. 산부인과가 필수의료의 한 축이므로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해 기자회견때마다 부르짖었는데 (정부가) 그간 한 일은 무엇인가”라며 “붕괴를 막기 위해 의대정원을 2000명 늘린다고 했는데, 10년후에야 필수의료가 살아난다해도 그 기간동안 분만인프라 붕괴를 막을 수 있을지 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재유 부회장은 “지난해에도 산부인과학회와 저와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회의를 했는데 증원 이야기가 살짝 나왔다. 그 때 ‘그렇다 치자, 그 이후 10년간 어떻게 할거냐’물었더니 답변이 없었다. 2000명 증원이 필수의료의 해결인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복지부는 2000명을 늘려 필수의료(의사)를 늘린다고만 주장하지 말고 10년간 어떻게 할지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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