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제도 개선 전문가 토론회…“의료비의 1%라도 지원되면 효과”
복지부 “전공의 수련환경·근무여건 개선 의료개혁에 반영할 것”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 의학교육 전문가들은 현행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에 있어 교육체계 개선과 재정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8일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전문가 토론회 패널토론 전경.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전문가 토론회 패널토론 전경.

이번 토론회는 해외의 수련제도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국내 전공의 수련제도의 개선 방향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더 나은 수련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를 맡은 이선우 충남대병원 교수(한국의학교육평가원 졸업후교육위원장)는 “정부 의학교육 유관기관들 사이 긴밀한 소통과 이해를 통해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확산이 우선 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교육을 위한 주기적인 형성평가/총합평가가 역량중심-성과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역량중심-성과바탕 수련제도 도입·시행에서 필요한 재원은 사회적 비용이므로 사회와 국가의 적극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정과 관련 “문제는 돈이다. 의료비의 1%, 0.5%만이라도 교육에 투자할 생각으로 지원해야 지도전문의가 늘어나고 의사 능력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모든 환자에게 이득이 간다”며 “국가에서 이렇게 해줄 때에 의사들이 열심히하고 환자들도 더 좋아지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교육체계 개선을 위한 정부-수련병원의 노력과 재정 등 지원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됐다.

양은배 연세대 의대 교수(한국의학교육평가원 수석부원장)는 “전공의 수련은 다른 사회구성원에게도 귀속되는 사회적 수익이 크다. 국민의 건강, 공공 건강을 지키는 전문의를 양성하는 중요한 과정이며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으로, 국가의 재정적 투자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 된다”며 “우수한 전문의 양성과정인 전공의 수련 재정 지원을 위한 수련병원 지원도 필요하다. 이는 당위성 논의가 아닌 수련비용 부담 주체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전공의 수련병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수련병원 통합과 축소도 검토하고 새로운 수련모델을 개발해 정착시켜나가야 한다”며 “전공의를 수련하는 지도전문의에 대해서도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지도전문의가 전공의 수련에 집중하도록 보호시간 개념을 적용하고 이에 상응하는 지도전문의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 내실있는 전공의 수련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승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전공의가 제대로 된 수련을 받고 필수 역량을 갖춘 전문의로 양성되려면 명문화되고 체계화된 수련교과과정과 병동-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을 모두 아우르는 현장 실제 환자 경험, 이를 현장에서 직접 체크하고 평가하는 지도교수 등 삼박자가 잘 어우러져야 한다”며 “최근 여러 전문 과목학회에서 전공의 수련과정을 역량중심평가로 체계화하는 작업을 완료해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시범사업까지 계획 중이어서 향후 점진적 발전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그러나 숨겨진 불편한 진실은 전공의를 수련과 교육의 대상보다는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 현장에 투입하고 당직 근무를 시키는 값싼 노동력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라며 “이제는 전공의를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공이 많이 드는 일인지, 잘 준비된 교육과정과 전공의는 노동자가 아닌 피교육생 성격이 강한 직종”이라고 강조했다.

주재균 전남의대 외과 교수는 “전공의 과정을 이수하고 본인의 역량을 발휘하고 실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공의 시험 만으로 전문의를 배출하기 보다 수련 병원의 역량을 높여서 제대로 된 병원에서 수련 받은 전공의들이 바로 지역 사회에서 역량을 발휘하게 해줘야 한다”며 “특히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특정과에서는 어려운 전공의 과정 후에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술기 한계가 있고 이를 보전할 국가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주재균 교수는 “대학병원을 제외한 2차병원에서 일부 환자들을 수용해서 해결을 해줘야만 수련 병원에서 전공의 교육을 포함한 여러 능력이 발휘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교육부 사업처럼 지역별 교육 훈련 센터 건립 등으로 전공의 후전문의 교육을 계속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은 “전공의 근무시간이 80시간으로 단축됐음에도 극악한 환경에서 어렵게 일하고 있다. 도제식으로 시작한 의학교육과 70년대 개발도상국 시절 제정돼 유지되고 있는 의료법에 대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빠른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신 이사장은 “이를 위해 전공의의 업무부담이 줄어야 교육에 매진을 할 수 있다. 업무조정을 통해 학습시간을 침해하면서까지 업무를 하는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면서도 “현재와 같은 인턴 1년 + 레지던트 3년제는 근무 시간 단축을 염두해 두지 않고 시행해온 제도인데, 근무시간이 단축될 때 필수적인 수련을 위한 시간을 고려해 조정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복지부는 전공의 임상역량 강화와 수련환경 구축, 근로환경 개선에 대한 전반적 취지에 공감하면서 정부 의료개혁에 검토와 논의를 거쳐 반영해 나가겠다고 응답했다.

복지부 송양수 의료인력정책과장은 “공통적으로 전공의가 임상역량을 강화하면서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필요하고, 근로환경과 처우를 개선해야한다는 의견을 줬다”며 “이는 복지부가 전공의 정책을 추구하는 목표 지향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양수 과장은 “할 수 있는 정책은 속도감있게 추진하면서 추가적 검토가 필요한 과제는 논의를 통해 구체화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난해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 임원과 전공의수련정책협의체를 구성해 깊게 토론했고, 이에 대한 내용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 2월 복지부에서 발표한 의료개혁 4대 과제에 일정 부분 담겨 있다. 보완이 필요한 과제들은 추가적으로 검토·논의를 거쳐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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