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진료 주범은 간호법이 아니라 절대적인 의사 수 부족
대한간호협회, 대선 앞두고 각 정당에 ‘간호법 제정’ 거듭 촉구
■2022 대선 후보에게 바란다:대한간호협회

[의학신문·일간보사=정민준 기자]두 번의 좌절을 딛고 세 번째 만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1법안소위에 상정된 간호법안의 신속한 통과가 다른 보건단체와 달리 간협이 다음 대통령과 정당에 바라는 유일한 숙원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제20대 대통령 선출을 앞두고 여야 3당이 지난 총선 때 추진하겠다던 ‘간호법 제정’이 국가 보건의료 분야에 한 축인 간호사를 위한 제도이라며 주요 정당 대선 캠프에 제안했다.

간협이 제안한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복지부는 3년마다 실태조사 △간호사의 업무범위 명확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근로조건, 임금 등에 관한 기본 지침 제정과 재원 확보방안 마련 △간호사의 신체적·정신적 고통 등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사와 교육 의무 부과 등이 이뤄진다.

◆여야 3당 총선 때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정책협약 지켜야

지난 4월 29일 여야 3당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김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서정숙 의원(국민의힘)이 각각 간호법을, 최연숙 의원(국민의당)이 간호·조산(助産)법을 발의했다. 여야 3당이 앞다투어 간호법 제정에 나선 것은 현행 의료법으로는 전문화되고 다양해진 간호 인력의 역할을 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전 세계 90개국이 독자적인 간호법을 갖고 있다. 특히 일본과 대만은 의료법과 함께 별도의 의사법·치과의사법·간호사법을 시행 중이다.

간호법은 그동안 2005년 김선미 의원의 ‘간호사법’과 박찬숙 의원의 간호법을 시작으로 2019년 김세연 의원의 ‘간호법’과 김상희 의원의 ‘간호조산법’이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처럼 간호법 제정이 표류하는 사이, 간호관련 규정을 담고 있는 현행 의료법(1951년 제정)은 다양화·전문화되고 있는 간호의 영역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현재 간호 관련 법령은 11개 부처 90여 개에 산재돼 있어 일관성 있는 간호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간호관련 법령의 기준이 되는 기본법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실상 간호법은 12월 정기국회에서 심의·의결에서도 여전히 ‘심사’ 상태로 순번이 밀리며 실질정인 법안 제정은 요원한 상황. 그에 따라 간협은 지난 12월 22일까지도 간호법 제정 촉구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불법진료의 주범은 간호법이 아니라 절대적인 의사 수 부족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보았듯이 재난적 의료위기 상황에서 간호사 등 의료인력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했다. 또한 치료 중심의 의료법만으로는 2025년에 도래할 초고령사회를 대비할 수 없다.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한 보건의료정책이 필요하다.

간호법 제정 위한 집회 참가한 신경림 간호협회장
간호법 제정 위한 집회 참가한 신경림 간호협회장

이런 이유로 간호법 제정이 필요한 것. 간호법에는 지역공공의료와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위한 간호정책과 간호인력 확보에 대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했다. 진료와 치료를 지원하고, 노인·장애인 등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간호·돌봄 제공체계를 법제화했다.

국제비교에 의하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2.4명으로 OECD 평균 3.4명에 비하면 7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의사 부족으로 인해 의학적 진단과 처방, 심지어 수술집도까지 진료를 지원하는 간호사에게 전가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간호법 제정이 불법진료에 대한 원인이라는 의견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간협은 불법진료의 주범은 간호법이 아니라 절대적인 의사 수 부족에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목포의대, 창원의대, 공공의대 설립 등 의대정원 확대와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불법진료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불법진료를 조장하고, 법정간호인력기준을 위반하는 불법의료기관 즉각 퇴출해야

의료기관의 노동자인 간호사는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이 활동하고 있는데 입원환자 재원일 수는 OECD 국가 평균의 2배 이상 높아 우리나라 간호사는 OECD 국가 평균보다 4배 이상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그에 따라 불법진료를 조장하고, 간호사에게 살인적인 노동을 강요하는 불법의료기관 일부 병원 간호사에게는 종종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법정간호인력은 최소한의 기준이다. 지난 국정감사에 따르면 이 최소기준마저도 지키지 않는 의료기관이 62%에 육박하며 14개 국립대병원의 간호사 절반 이상이 입사 2년 이내에 퇴직하고 있다고 집계됐다. 간호계는 법정간호인력기준을 위반해 간호사에게 살인적인 노동을 강요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의료기관 퇴출을 위해 신고센터를 신설·운영하는 등 가능한 모든 행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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