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생명윤리·안전성 강조…폐기물관리 실명제 적용 시 폐지방 포함 제언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인체에서 나온 폐지방 활용이 의료계·산업계에서 새로운 활용 대상으로 조명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생명윤리·안전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의견이 국회에서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환경노동위원회-’ 보고서에서는 인체 유래 폐지방 재활용 시 고려사항에 대한 정책제언이 이뤄졌다.

현행 의료폐기물은 ‘약사법’에 따라 태반을 원료로 하는 의약품의 제조허가를 받은 자가 그 원료로 이용하는 경우에만 재활용이 가능하다.

태반은 태반배출실명제에 따라 배출 시 의사이름, 배출일시, 장소, 중량(g), 발생일, 적출물 처리업체 등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출된 태반의 불법유통을 막기 위한 것이다. 다만, 여기에서 산모의 이름이나 보호자의 이름은 기재 대상이 아니다.

현재 태반과는 달리 폐지방은 재활용 대상이 아닌데 의료계나 산업계에서는 폐지방은 산업적으로 활용도가 높고, 이를 재활용하게 되면 의료폐기물의 감량도 같이 도모되기 때문에 인체 유래 폐지방이 재활용될 수 있도록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성인이 복부 지방흡입술을 할 경우 폐지방 1㎏ 당 6~15g의 세포외 기질을 추출할 수 있고, 여기에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소재인 콜라겐과 엘라스틴처럼 의료용이나 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질들이 포함돼 있다. 인체 유래 콜라겐가격은 5mg 당 최대 84만원(Sigma-aldrich 업체) 수준이며 소각되는 폐지방량은 연간 40t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4대 분야 15개 바이오헬스 핵심규제 개선’ 사항을 발표했는데, 그중 폐지방을 재활용 할 수 있도록 환경부의 ‘폐기물관리법’ 제13조2를 개정해 의료폐기물 재활용 대상에 태반과 더불어 폐지방을 추가하고, 보건복지부의 ‘인체 파생연구자원 가이드라인’(IRB) 승인절차를 거쳐 재활용에 맞도록 규제를 개선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입법조사처는 “인체 유래 폐지방을 산업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의료폐기물 재활용 대상에 폐지방을 추가하고 IRB를 개선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되고, 생명윤리성, 안전성 등의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우려가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2010년 3월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당시 인체 유래 제대혈도 같은 문제에 직면했으나, 제대혈은 매매되지 못하고, 제대혈기증자에 대한 관리와 보호를 국가 및 지자체의 책무로 둬 생명 윤리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제대혈위원회, 제대혈은행, 제대혈정보센터, 제대혈이식의료기관, 제대혈연구기관 등의 근거 규정을 마련해 안전성 등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인체 유래 폐지방을 산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생명윤리성,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비윤리적인 매매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 ‘태반배출실명제’에서 보듯이 산모나 보호자의 동의 절차가 마련되지 않음으로써 환자의 정보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해소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이를 반영해 “폐지방을 포함한 인체 유래 조직을 재활용하는 데에 단순하게 폐기물 감량이나 재활용 활성화의 문제로 접근하기 보다, 안전성 및 생명윤리성이 우선 고려되도록 별도의 법률(가칭 ‘인체 유래 조직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별도 법률을 통해 인체 유래 조직에 대한 매매 금지를 포함한 생명윤리성, 안전성, 관리기관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여 관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이와 더불어 “폐기물관리법 개정 시 실명제 대상에 태반뿐 아니라 폐지방도 포함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의 감염여부・유전병 여부 등 폐지방에 대한 검증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폐지방은 산업적 가치가 높아 불법거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환자의 동의서를 첨부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관리방안이 체계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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