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전문가들 “기한 내 냉장보관 잘 된다면 접종 시 안전성 문제 전혀 없다”
다만 의료계 일각, 유효기간 맞춘 접종계획 지적…‘사실상 재고떨이 아니냐’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한미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미국 정부가 공여한 101만 명분 얀센 백신의 유효기한이 오는 6월 23일까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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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정부에선 얀센 백신이 미국에서 보유하고 있던 물량이 들어오는 것으로 유효기한이 한 달 남짓일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2주일 남은 백신이 들어온 것.

얀센 백신의 경우 유효기간이 해동 후 3개월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국 미국에서 해동 후 2개월 이상을 보관하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으로 백신을 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전문가들에 따르면 의학적으로 백신 유효기간 전에 접종하면 문제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유효기간 직전이라고 해서 백신에 대한 부작용이 많아진다거나 약효가 떨어지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진한 교수(前 대한백신학회장) “의학적으로 백신 유효기한 안에 접종한다면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도 “유효기간 내라면 냉장보관만 잘 돼 있으면 안전성에 대한 위험성은 없다고 봐야한다”며 “백신은 시간이 흐르면 일정 부분 약효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나 그 마지노선이 유효기간까지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얀센 백신 접종 계획은 국민 건강이 아닌 오롯이 유효기간에 맞춰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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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대상을 특정군(30세 이상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에 한정한 점이나 급작스럽게 접종일정을 정한 점도 의료계가 지적하는 부분이다.

얀센 백신 사전예약자에 대한 접종은 오는 10일부터 20일까지 위탁의료기관에서 진행되며, 예약하지 못한 나머지 대상자들은 일반 국민 접종 계획에 따라 오는 7~9월 접종을 받게 된다.

위탁 의료기관 등록 후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한 개원의는 “아스트라제네카 1차가 끝나는 시점인 20일부터 시작하면 되는데 10일부터 강행하는 것을 보고 이미 얀센백신 유효기간을 의심한 바 있다”며 “굳이 접종현장의 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급박한 일정을 잡은 것은 분명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서 발 빠른 집단면역 형성을 위한 결정이라는 명분을 세울 것이 분명하나 사실상 ‘재고 떨이’로 백신을 가져온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보통 우유나 요구르트를 고를 때도 유통기한을 보는데 백신도 하루라도 유효기간이 더 긴 제품을 가져오는 것이 정상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 일각에서는 백신 접종 계획에 있어 정부가 접종률과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 너무 성급하게 접근하지 않을 것과 보다 국민 건강을 위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접종 속도가 늦지만 아날로그 방식으로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너무 성급하게 무리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게다가 국민 간 백신 계급화까지 생겨나고 있는 분위기인데 이는 사회적인 분열 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얀센 백신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하더라도 정부에서 접종 대상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얀센 백신 접종은 계획대로 진행되도 좋으나 정부는 국민을 기망한 도덕적 책임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추후 예비군, 민방위, 군관련 민간인 대상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얀센 백신에서 발생하는 노쇼에 대한 잔여백신 접종도 의사들에게 재량권을 보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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