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회원 여러분께 끝까지 소임을 다하지 못해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지난 몇 달간 집행부 내부 혼란, 대의원총회에서 예산안 미통과 등의 사태를 초래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제 거취에도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갑작스럽지만 어느 정도 예고됐던 것이기도 했다. 지난 12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식화된 사상 초유의 이상훈 치협 회장직 사퇴가 치과계의 소위 ‘멘붕(멘탈 붕괴의 줄임말)’ 급으로 큰 충격을 미치고 있다.

앞서 이상훈 회장은 단톡방을 통해 임원들에게 전달한 집행부의 위상 추락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담고, 모든 걸 안고 가겠다는 메시지가 이어진 본인의 잠적과 함께 일부 치과 전문지 매체를 통해 공개되며 큰 파장을 불러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에도 공식 행사인 보건의료발전협의회에 참석하며, 정부의 일방적인 비급여 보고의무화 추진을 비판했던 그를 보며 내적·외적 갈등이 어느 정도는 봉합됐고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바라봤던 기자의 생각과는 정확하게 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 사퇴 선언에 대해 개혁의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상훈 회장의 한계와 고뇌가 느껴지며 안타깝다는 의견과 더불어 단체장이 마땅히 가져야할 책임감마저 결여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물을 엎질러졌고 이제 치협은 막 오른 수가 협상 등 현안 해결도 중요하겠지만 먼저 정상화에 집중해야할 때다.

흔히 선장에 많이 비유하는 단체장의 역할의 중요성을 논하는 것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지만, 선장이 배를 떠났다고 해서 절대로 난파로 이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당장 공석이 된 회장 자리를 오래 비울 수는 없다. 빠르게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 충격을 최소화하고 60일 내로 보궐 선거를 서둘러 준비해야 하는 비대위의 역할은 물론이고, 상처 받은 회원들을 아우르는 동시에 기본적으로 협회장직을 완주할 수 있는 체질과 마인드를 갖춘 차기 회장을 선택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부분일 것이다.

한 표의 중요성을 이번 기회(?)로 크게 느꼈을 회원들에게 새로운 리더쉽을 바탕으로 어필하며 다시 신뢰를 얻는 단체로 도약할 수 있는 훌륭하고 능력 있는 선장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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