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접종 백신 공급방식인 총액계약으로 일원화 제안에 "NIP 참여 않겠다"며 으름장
의협, 소청과의사회 등 의료계 내부 수렴후 검토 결과 현행 공급방식 유지 결정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국가예방접종사업(이하 NIP)에서 현재 이원화된 백신공급방식을 총량구매·사전현물공급(총액계약)형태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질병청이 제안한 가운데,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이를 고려할 가치도 없으며, 총액계약 일원화시 NIP사업 참여를 않겠다며 강력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의료계 내부 의견을 취합·검토하던 대한의사협회는 질병청 백신공급방식 변경 제안 대신 현행 이원화 백신 공급방식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2021-2022 절기 인플루엔자 백신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과 관련해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백신공급방식 변경안을 마련해 검토하고 있으며, 변경안과 관련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에 의견을 최근 요청해왔다.

질병청의 이 같은 인플루엔자 백신 일원화 시도 이유는 지난해 백신 부족현상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인플루엔자 백신 국가예방접종(NIP)과 유료 독감 백신을 접종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백신 품귀 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특히 12세 이하 백신 품귀 현상이 두드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백신관리에 대한 문제점도 노출됐다.

질병청은 이 같은 독감백신 부족 및 관리 부족사태의 원인을 공급방식의 문제로 바라봤다. 지난 2020-2021 절기 인플루엔자 백신 공급방식의 경우 만 12세 이하 어린이 및 임신부 접종 백신은 민간개별구매 백신(백신비 지급 방식, 제3자 단가계약)으로 공급되며, 만 13-18세 청소년과 어르신 접종 백신은 총량구매·사전현물공급(총액계약)으로 이뤄진다.

전자의 경우 의료기관이 백신물량을 개별 확보해 백신비를 상환하는 방식이며, 후자는 정부가 백신물량을 일괄 구매 및 확보해 백신을 현물로 배분하는 정부개입방식이다. 질병관리청은 후자인 총액계약 방식으로 만 12세 이하 어린이 및 임신부 백신 공급 방식도 통합하는 변경안을 의료계에 제시했다.

대한의사협회가 관련 산하단체 등의 의견을 검토한 결과, 먼저 대한내과학회는 “코로나19의 특수상황을 고려할 때 백신 수급 방안을 일원화해 관리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판단된다”라며 “다만 총량구매 사전현물공급방식으로 일원화 하더라도 가능한 단점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한내과의사회도 “총량구매-사전현물공급(총액계약) 방식으로 일원화에 찬성한다”라며 “다만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올해는 독감백신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인한 물량부족이 우려되고 코로나19 백신과 접종시기가 겹칠 수 있는 것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백신 공급방식 총액계약 일원화는 고려할 가치도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질병청은 안정적인 백신 확보 방안 필요가 있다며 백신의 안정적 제공을 위해 일원화를 한다지만 이런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지적했다.

소청과의사회는 “먼저 내년 절기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은 부족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플루엔자 백신은 생산하지 않으나, 녹십자, 일양약품 등이 SK가 생산하지 않는 백신 이상으로 생산해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며, 외자사인 사노피파스퇴르 백신 공급 또한 문제가 없다는 게 소청과의사회의 주장이다.

또한 지난 2020-2021 절기의 인플루엔자 백신 공급 부족사태는 백신공급방식이 아니라 질병관리청의 무능이 빚어낸 참사라고 꼬집었다.

소청과의사회는 “질병관리청은 지난 절기에 인플루엔자 백신 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고, 시장대부분의 물량을 조달로 공급하라고 백신사에 갑질 및 압박으로만 마무리했었고, 유통회사도 전혀 생물학적제제 유통 경험이 없는 회사를 선택함으로써 기초인 백신 유통 온도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라면서 “또한 감독까지 되지 않았고, 이런 것이 누적되어 백신접종에 대한 불신과 접종 거부사태를 가져왔으며, 대부분의 조달 백신물량을 폐기하는 국가적 낭비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청과의사회는 “작년 시즌의 백신은 조달백신이 아니라 프라이빗 공급 백신만 온전히 시장에서 살아남아 접종됐다”라며 “올해 조달백신을 죄다 없애고, 프라이빗 백신으로 바꿔도 시원치 않을 판에 그 반대로 하겠다는 것은 무능에 무능을 더하겠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어린이, 임신부 접종 독감 백신 공급 방식을 조달로 바꾸겠단 것은 어린이 인플루엔자 백신 도입 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와 질병청의 합의사항을 위반한 중대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어린이 인플루엔자 백신 도입시 소청과의사회는 노인방식의 공급이 되는 경우 절대 NIP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질병청이 수용한 결과 적극 의사회가 참여하게 됐다”면서 “소청과의사회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 전국의 NIP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철수하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어 소청과의사회는 의협에도 “반드시 소아청소년과 의견이 의협대표입장이 되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 같은 의견을 종합 검토한 결과, 코로나19 상황인 점을 고려해 일선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행과 같이 대상을 구분해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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