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편집국장

[의학신문·일간보사=이상만 기자] 지난해 전공의 파업과 의대생들의 국시거부 사태를 불러왔던 의사인력 증원 및 공공의대 신설 문제가 수면하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를 의원급으로 확대하는 문제로 개원가가 시끄럽다.

의료계는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비급여 관리강화 종합대책이 의료기관을 옥죄는 또 하나의 규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료비 절감을 목적으로 획일적인 진료를 하게끔 의사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게 불만의 핵심이다.

앞서 정부는 올초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 3 제1항을 근거로 비급여 진료비용 정보 공개를 기존 병원급 이상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했다. 공개항목도 현행 564항목에서 615개로 늘렸고,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진료 전 대상항목 및 가격도 직접 설명토록 의무화 했다. 이 규정을 위반하면 수백만원의 과태료 처분도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의료계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직업 수행의 자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 비밀과 자유에 의해 보장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물론 의료계가 주장하는 논리가 일부 지나친 측면도 있겠지만 적어도 의원급의 경우 기존의 종합병원처럼 비급여 공개 확대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민감 할 수밖에 없다.

의료기관마다 의사의 실력, 인력, 설비, 부가서비스 등이 다른데도 국민들은 이러한 개별 특성을 무시한 채 단순히 비급여 가격만을 비교해 값싼 진료비를 찾아 의료기관 쇼핑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급여진료비 내역이 공개되면 환자들이 의료기관간 가격 비교를 통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 받을 수 있는 선택의 기회가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정부의 정책을 나무라기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단순히 가격만 가지고 선택하도록 하게 되면 자칫 의료기관간 지나친 가격경쟁을 촉발해 획일적인 진료를 강요당하면서 결국에는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의료기관의 획일적인 진료는 건강에 악 영향을 미치고, 의료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조장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완책이 필요하다.

개원가 입장에선 비급여의 설명 의무화라는 이전에 없던 업무가 추가됐다. 이는 전문가로서 수행할 업무에 부담으로 작용 할 수밖에 없으며, 정상적 진료행위에도 지장을 초래 할 수 있는 만큼 추가인력 확보를 위한 지원책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비급여진료비 공개 확대에 대한 반발은 개원의들뿐 만 아니라 치과계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개원의 단체에서는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의료계도 현재와 같은 ‘사후약방문식’ 대응 전략에서 탈피해야 한다. 제도가 시행되면 그 만큼 바로 잡기가 쉽지 않고 결국에는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려 더 많이 희생과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정부 및 국회와의 소통을 강화하면서 정책 입안 초기부터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제도를 바로 잡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개발해 제안하고 적극 알리는 홍보 전략도 필요하다.

다행히 이번에 의협회장 당선인과 복지부 장관 모두가 의료현안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겠다고 한 만큼 그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그 첫 시험대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 문제의 해법 마련에 달렸다.

범 의료계의 지혜를 모아 고민에 쌓인 개원가의 부담이 말끔히 해소될 수 있는 윈윈 전략에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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