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의학신문·일간보사] 일부 정치인과 법률가 및 단체는 의료법의 개정 타당성과 의료계의 입장을 연일 호도하고 있다. 이에 정확한 팩트 체크를 통하여 의료인 통제를 위한 의료법 개정의 위험성에 대하여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이번 의료법 개정은 정부가 소위 4대 의료정책을 무리하게 강행하여 대한의사협회와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기였다. 의료인 결격사유와 면허취소 관련 의료법 개정 법률안은 2020. 6.~2021. 2. 사이 9건 모두 집권 여당 의원에 의하여 대표 발의되었고, 보건복지위원회에서 2021. 2. 19. 일괄 상정하여 대안이 법제사위에 회부되었다. 2021. 2. 25. 법제사위 전체 회의에 상정된 법안들은 이해 관계자인 전문가 단체에게 공식적인 의견 조회도 없었다.

의료인 결격사유 강화는 사회적 요구와 법적 형평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일부 정치권과 단체에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이 근거로 제시한 2019년 경찰청 범죄통계에 의하면 환자의 신체를 직접 접하는 의료행위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변호사(2만6787명)와 의사인력(20만4115명) 비율 대비 강력범죄인 강간 건수(25:5)는 변호사 범죄비율이 더 높다.

변호사법을 예로 들어보면 의료법 개정안과 비슷한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으나(변호사법 제5조), 이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등록거부(제8조) 및 등록취소(제18조) 사유이다. 또한 의료법과는 달리 변호사법 제90조 이하에서 변협은 자율 징계기구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징계위원회는 대한변호사협회와 법무부에 각각 설치되어 상호 견제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으며, 영구제명부터 견책까지 징계권한을 가지고 있으나, 징계사유에 업무상 과실범은 제외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현행 의료법과 다른 법령의 구분은 전문 직종의 유형에 따라 직무범위를 한정한 것으로써 헌법재판소 결정에 부합하는 것이다(과잉금지의 원칙과 피해최소한의 원칙).

의료법 발의안에 대한 보건복지위 검토보고서(2020.11.27.)에서 참고하고 있는 독일은 면허교부 단계부터 품위위반과 신뢰상실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증명, 직업 수행관련 건강상 부적격자가 아닐 것, 의과교육과정 수료와 국가시험합격증, 독일어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연방의사면허규정 제4조). 여기서 주의할 것은 독일의 사법제도 및 형법상의 구성요건(특히 형벌체계), 사회보장 제도 및 의료인 법정단체의 성격 등이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것을 간과하여서는 아니 된다.

◇현행 의료법과 개정 의료법 제문제와 개선방향= 단순 관련 법령 위반 행위를 결격사유로 열거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 제8조 제4호는 구체적인 법조항 위반행위(구체적 행위)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결격사유와 취소사유를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의존하고 있어 재량권남용의 위험이 있다(부당결부금지의 원칙 위배 초래). 또한 직업선택과 수행의 자유 제한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법령조차도 없는 실정이다. 어는 경우든 포괄 위임금지의 원칙에 반한다. 보건복지부장관, 군수 및 구청장 포함 지자체는 면허취소를 할 경우 반드시 청문을 실시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중앙부서의 행정행위 분권화는 의료법상 민간으로 이전되고 있지 않다. 의료인 단체는 변호사 단체와는 달리 품위손상행위자에 대하여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문제 개선을 위한 입법안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보건복지위 회의록(제384회 국회 임시회 제2호, 2021.2.19.)에 의하면 의료법 개정 목적은 의료인의 위법행위 예방과 국민의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입법취지는 의료행위와 상관 없는 재판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환자의 신체 나아가 생명 보호라는 이익과 징벌적 행정처분 행위로 얻는 이익이 비교 형량 되지 않았다.

또한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으며, 일반예방주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사정책적 관점에서도 큰 흠결을 지니고 있다. 개정 의료법의 금고 이상의 형 선고 요건은 재판으로 인하여 환자에 대한 최상의 진료를 저해하며, 처음부터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관계를 깨뜨리는 것으로써 진료 불신으로 이어진다. 위법행위의 예방은 의료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각 법률의 목적과 취지에 따라 관련 법률에서 규제되어야 한다.

의료법의 목적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이며, 국민의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의 달성은 의료인의 안전한 진료환경을 구축함으로써 달성되는 것이지 입법 권한을 남용하여 의료인을 통제함으로써 달성되는 것이 아님을 자각하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현행 의료법 규정의 열거 법률을 구체적인 행위로 인한 처벌로 개정되어야 하며, 면허 관리에 관한 행정 권한의 일부를 민간으로 이전하여 상호 견제 기능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 김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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