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양육하는데 가장 필요한 지침서는 육아본능이다.

<심효정 아이맘 인지발달연구소 소장>

1회에 부모 양육태도에 대해 알아보았다. 체크리스트를 통해 조금이나마 객관적으로 “부모”로서의 자신을 알아보았길 바란다. 체크를 통해 어떤 유형의 부모로 나왔는가?
감히 예상하건데 대부분 민주적 양육태도를 가진 것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부모 상담에서 95% 이상이 민주적 양육태도를 가졌다고 체크하였으며 실제로도 자녀들에게 긍정적이고 수용적인 분위기의 가정이 많다.

하지만 이상적인 민주적 양육태도를 가진 부모가 상담실에 찾아오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자녀와의 관계가 삐걱대고 어긋났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자함이 크다. 왜 이러한 대비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아이맘에서는 이런 현상이 민주적인 부모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으로부터 시작되며, 잘못 인식된 관념이 자녀와의 상호작용을 방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부모의 육아본능을 깨우자.

EBS 다큐프라임 – 오래된 전통 육아의 비밀 – 편에서 현재 많은 육아 정보 홍수 속에서 헤매며 정작 부모로서 잠재되어 있는 육아본능을 잃어가고 있음을 꼬집었다. 자녀에게 내가 하고 있는 행동, 말투, 표정이 본능에 의한 것인지 책에서 본대로, 들은대로, 때론 유행대로 따라하는 것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왜 6개월 이후에는 젖을 떼는 것이 좋으며, 왜 두돌 전에 기저귀를 떼야하며, 왜 5세에 완벽한 문장으로 말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것일까? 이러한 기준은 누가 만든 것일까?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내 아이”를 관찰한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가 울면 달려가 달래주는 것이 당연한 본능이다. 전쟁이 났어도 배고파 우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것은 모성애이다. “마 무무우우”라고 말해도 아이가 물이 마시고 싶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부모이다. 꼭 “엄마. 물주세요, 물! 이라고 해봐” 라고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다. 엄마의 뱃속에 작은 씨앗이 생겨 10개월을 키우며 육아의 본능도 함께 꿈틀대고 있다. 억지로 감춘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육아에 대한 지식과 본능이 충돌할 수 밖에 없다. 골치가 아프다.

기준 맞춰 백점 만점에 만점이 될 것인가, 아니면 아이를 보면 저절로 생겨나는 모성애를 선택할 것이다. 필자는 후자를 적극 권한다. 저명한 지침서나 전공 서적에 나와 있는 개월 수에 맞는 발달단계를 줄줄 알려주는 것 보다 부모의 육아본능을 깨워 주는 것이 부모 양육 상담에 가장 큰 과제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부모의 자신감 회복이 시급

동물원 원숭이가 화려한 기술로 나무 타기를 할 때에 관객들은 박수를 쳐준다. 하지만 나무를 잘 타는 것과 균형 감각이 원숭이의 본능이다. 이는 육아 본능에 충실하지 못한 채 화려한 기술에만 현혹 되어 박수를 보내고 있는 현실과 비슷하다. 화려한 기술을 앞세운 강압적이고 협박에 가까운 기준이 ‘좋은 부모 – 나쁜 부모’로 나누고 자녀의 행동과 발달 단계의 차이를 부모의 잘못으로 몰아가고 있다.

현재 부모의 이름으로 자신을 평가하며 성적을 매기는 상황에서 부모의 자신감이 하락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자신감이 부족하니 자꾸 물어보게 된다. 하지만 그 중 정답이 없으니 더욱 답답할 노릇이다. 정답이 없는 것이 ‘정답’이다. 누구도 나와 우리 아이를 잘 알 수 없다. 문제를 모르는데 답을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답을 찾기엔 문제를 알아야하며, 문제는 곧 부모인 나와 자녀의 사이이다. 이 사이는 전문가도 3회 이상 상담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복잡한 관계이다. 하지만 한 가지 팁을 주자면 부모로서 사랑하는 아이를 위한 선택에 자신감을 갖자는 것이다.

누군가 세워 놓은 기준에 빵점일지라도 자녀가 부모를 사랑하고 따르며 서로 존중하는 관계라면 가정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일 것이다. 부모가 자신감을 갖고 리드한 양육관계에서는 그 누구도 잣대에 비춰 점수를 매길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양육방법을 따르는 추종자(?)가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결국 모든 부모가 노력하는 이유는 행복한 가정, 내 아이의 긍정적인 발달이기 때문이다.

자녀 양육 필수 지침서는 곧 부모 자신이다.

요즘 부모들이 육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지식이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들로 인해 부모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혼란 속에 자녀는 하루하루 자라고 있다. 이대로 놓치기엔 너무 아쉬운 시간이다. 1분 1초가 다르게 자라는 우리 아이를 두 눈에 담기도 벅찬 시간들을 다른 사람들 이야기에 낭비하며 휩쓸리지 말았으면 한다.

어떤 부모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한 애매모호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러 다닐 시간에 “내가 우리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답을 찾길 바란다. 나는 세계에 단 한명이듯, 우리 아이도 딱 하나 뿐인 소중한 존재이다.

부모의 양육태도를 4가지로 구별하였지만 상황에 맞게 우리 아이의 성향과 기질에 맞게 적절히 사용하면 된다. 훈육도 중요하며 일정한 무관심은 자녀의 자율성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적절히”가 도대체 뭘까? 그것은 이것을 읽고 있는 부모의 육아 본능이 시키는 그 정도이다. 허용되는 수준의 한에서 이해할 수 있으면 넘어가주자.

하지만 안전, 건강, 잘못된 습관에 대해서는 매섭게 짚어주면 된다. 사랑과 규칙과 권위가 적절히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부모와 자녀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자신감을 갖고 육아 본능에 맡겨보자. 훗날 누군가 물어볼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자녀를 이렇게 잘 키울 수 있죠? 비법 좀 알려주세요.”

◀ 5분 되새기기 ▶

<우리 아이만의 지침서 만들기>

하루에 하나씩 아이의 관찰된 모습과 혹, 자주 부딪히는 문제에 대해 패턴과 반복횟수, 아이의 주 요구 내용들을 작성하다보면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내 아이만의 매뉴얼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문가 부모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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