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인체약 중 동물약 대신 쓸수 있는 약효군 44%
인체약 수불현황 보고 의무 없어 ‘관리 사각지대’ 발생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동물병원에서 동물약보다 사람용 의약품을 우선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안전성이 우려된다.

대한약사회 김성진 동물약품이사(사진)는 지난 12일 출입기자단 브리핑을 통해 최근 공개된 ‘동물에 사용하는 인체용의약품 관리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대한약사회 의뢰로 의약품정책연구소가 4개월 간(2020년 8월 1일 ~11월 30일) 진행한 이번 연구는 정부공개포털을 이용해 경기도 내 188개 동물병원에서 사용한 인체용의약품을 분석한 결과이다.

연구 결과, 동물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인체용의약품(이하 인체약) 384개의 주성분 중 동물용의약품(이하 동물약)으로 품목허가된 것은 65개 성분 1295품목으로 조사됐다.

즉, 동물병원에서 사용되는 인체약 중 17%는 이미 허가된 동물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체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약효분류를 기준으로 보면, 그 차이는 더 크게 나타나 동물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인체약 91개 약효군 중 동물약으로 품목허가된 것은 44개 약효군으로서 인체약의 48%에 달하고 있어 동물병원에서의 인체약 사용 비중이 과도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약사법 제85조(동물용의약품에 관한 특례)에 따라 동물병원 개설자인 동물병원인 개설자수의사가 인체용의약품을 취급(취득 또는 구입, 사용, 판매)하고자 하는 경우는 동물을 진료(직접투약)할 목적으로 약국개설자로부터 의약품을 구입하도록 하고 있다.

동물병원 개설자인 수의사가 동물을 진료(직접투약)한 후 약국개설자로부터 구입한 인체약을 판매(조제에 따른 수여 포함)하는 것은 약사법상 위법한 행위로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이는 동물약으로 허가된 품목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동물약 생산이 줄어드는 악순환을 만든다고 약사회는 지적했다.

동물약에 대한 마약류 관리역시 부실한 것으로 나타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취급 및 관리되고 있는 마약인 염산코데인 1종류,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의약품 10종류, 디히드로코데인 성분 함유 한외마약 3종류 및 향정신성의약품인 메스암페타민(일명 ‘필로폰’)의 원료물질에 해당하는 의약품 2종류 등이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의약품의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오·남용 우려가 현저하다고 인정해 지정한 ‘오·남용 우려 의약품 중 5종의 인체약이 동물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뇨제인 ‘푸로세미드’의 경우 동물용으로 허가된 품목이 있음에도 표본조사 188개 동물병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92개 동물병원에서 상당량(정제 12만 9180정 및 주사제 4160바이알/앰플)이 사용되고 있어 추적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특히, 발기부전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실데나필’, ‘타다라필’, ‘미로데나필’ 등의 성분을 함유하는 인체약은 동물병원을 통해 오·남용되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동물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인체약 중 한약제제, 천식 환자용 흡입제, 인체유래혈액제제인 사람혈청알부민(Human Serum Albumin)과 같이 동물에게 사용하는 비합리적이고 비윤리적 의약품 사용 사례들이 발견되어 동물용으로 사용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이 같은 문제점들에 비해 관리가 근본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데에는 현행법상 미비점과 행정적인 노력이 미흡하다는 문제점도 함께 지적됐다.

약사법 85조에서는 ‘동물병원의 개설자는 농림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수불현황을 작성·보존해야 한다’고 규정해야 하고 있어 작성 문서를 1년간 보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고’에 대한 규정이 없어 정부에서 동물병원이 인체약을 얼마나 어떻게 썼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성진 동물약품이사는 “이번 연구 결과로 동물병원에서의 인체약이 엄격하게 사용되도록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이 더욱 명확해 졌다”라며 “의약품의 안전 사용을 위해 동물병원에서의 인체약 사용에 있어 엄격한 기준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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