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불가 노조 설립 필요성 못 느낀다"

전공의들의 노조 설립 여부가 의료계의 뜨거운 관심사가 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많은 수의 전공의들은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열린 전공의협의회 대의원 총회에서 30%에 달하는 대의원이 노조 설립을 위한 '노조연구기획단 발족' 안건에 대해 반대하는 의외의 결과가 나와 주목됐다.

 특히 경북의대의 모 대의원은 "노조 설립은 결국 파업을 전제하는 것인데, 과연 전공의들이 국민 생명을 담보로 독자적인 파업을 실행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전공의협 집행부가 노조 만능주의와 밀어붙이기식으로 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비난했다.

 또 경희의대의 모 대의원도 "소속 병원에서 분위기를 취합해 본 결과, 노조가 되면 월급이 얼마나 오르는 거냐는 등 말초적인 반응 뿐 노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갖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하고, "전공의협의 기능으로도 일 처리가 가능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전공의협 김주경 정책국장은 "노조 설립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같은 반응을 애타게 기다려 왔다. 전공의협 집행부의 업적주의 의향은 전혀 없다.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 의견을 수렴, 결정될 일이다"라고 답했다.

 전반적으로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의견을 취합해 보면, 전공의 노조 활동의 한계와 불필요성에 대한 지적뿐만 아니라, 오피니언 리더 그룹인 의사라는 신분을 스스로 노동자 신분으로 전락시키는데 따른 우려감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전공의협 임동권 회장은 "전공의 노조를 대립을 목적으로 설립하려는 것이 아니다. 의료 각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의료 정책에서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내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체계를 위한 것이다"면서 " '노조' 뿐 아니라 '연합체' 등 다양하게 구상해 볼 수 있다. 노조연구기획단은 이같은 사항을 연구하고, 논의하자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전공의협 대의원들은 이날 총회서 공개 거수투표를 실시, 전공의노조연구기획단 발족안을 통과시켰다.

 노조 설립 문제로 전공의협 집행부에 대한 외부의 압력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전공의 내부 이견이 순탄히 조율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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