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의 강남건진센터를 둘러싼 의료계 안팎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냉철히 말하면, 모든 병원계가 서울대병원의 이번 사업을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강남지역 진출이라는 서울대병원의 초강수 전략을 타 병원들은 국내 최고병원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과 도덕성을 혼합해 역공을 취하는 형국이다. 사실, 서울대병원이 지닌 상징적 의미는 '의료계의 나비효과'라고 불릴 만큼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실제로 국내 의학 연구와 교육, 진료 및 경영전략 등 병원·의료계 역량의 절반 이상을 국가중앙병원인 서울대병원이 담당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통상적인 진단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이번 강남센터 사업은 음·양적인 면에서 서울대병원 경영전략의 새로운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대의명분과 과거의 영광에 젖어 더 이상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내포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서울대병원 한 보직교수는 얼마전 사석에서 "타 병원들이 뭐라고 해도 우리는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생존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러한 경영적 현실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병원의 수익 지향주의는 연건캠퍼스에서 조차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내 매파인 한 교수는 "경영진이 모든 일을 정면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려 하지 않고 쉬운 길로 빠져나가려고만 하고 있다"며 "이러한 땜질식 처방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강남건진센터와 관련, 동문출신의 재벌병원들은 "병원수익을 의학연구나 환자를 위해 재투자하지 않은 병원이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번 사업이 국가중앙병원의 위상에 걸맞는 행동인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며 야유 일색의 반응을 보내고 있다.

 올해로 법인화 전환 25주년을 맞는 '청년 서울대병원(?)'은 명예보다는 실리 쪽으로 방향타를 잡으며 의료계 거산으로서의 행보를 지속할 태세이다.

 서울대병원 한 부교수는 '행복한 삶이 뭐냐'는 질문에 "내 소원은 폼 나게 사는 것이며 여기에는 나와 내 직장에 대한 명예 뿐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가치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해 변화된 교수진의 사고를 상징적으로 내비쳤다.

 2003년 서울대병원의 가을은 국가중앙병원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의미부여의 시험무대로 기대와 우려를 뒤로 한채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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