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와 '조제' 독립된 행위로 오해 가능성

"의·약사 동등하게 표현하는 것은 잘못이다"

 지난 2000년부터 제도적 언어로 이미 폭넓게 사용돼 온 '의약 분업'이라는 명칭이 아무런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본식 표기의 차용 용어라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최근 의료계가 용어 개정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의협(회장 김재정)은 지난달 말 산하 특별 기구로 '의약분업명칭개정소위위회'를 구성, 위원장에 김성호 정책이사를 임명하고 제1차 회의를 소집, 앞으로 '의약 분업'이라는 명칭을 대체할 용어를 새로 제정할 방침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의협은 "현행의 '의약분업'이라는 용어가 '의'와 '약'을 병행 표기함으로써 마치 '의료 행위'와 '조제 행위'가 서로 별개의 독립된 행위인 것처럼 일반 국민들에게 오해의 소지로 비춰질 수 있다"며 용어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강력한 추진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가 '의약 분업'이라는 용어 사용 문제를 뒤늦게나마 제기하고 나선 이유는 '의료 행위'의 한 범위에 '투약 행위'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의사들도 투약권을 갖고 합법적 조제가 가능하다는 인식 하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는 "기존의 '의약 분업'이라는 용어가 일본에서 사용되고 있는 명칭을 별다른 여과 없이 그대로 수용해 현재 국내서도 제도권 용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이는 의료 행위를 행하는 의사와 의사에게서 위임받아 조제 행위를 행하는 약사의 지위가 대등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의료행위의 범주에 조제행위 또한 포함되어 있고, 이를 기초로 한 약사의 조제행위는 '의사의 의료행위 중 일부를 위임받아 행하는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결국 의사와 약사의 지위를 동등하게 표현하는 것은 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날 개정소위의 토의에서는 의약분업의 왜곡 현상이 '의약분업 용어' 사용의 문제이기 보다 '의약분업 내부적인 왜곡의 문제'라는데 공감하고 '위임', '위탁' 등의 의미를 개정 용어에 포함시키면서 OTC, 선택분업 등 관련 용어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 작업이나 공론화 과정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한편 의협은 "국내 현실에 맞는 새로운 용어 개정 작업을 위해 선진 외국에서 현재 사용중인 '의약 분업' 용어에 대한 개념 정의와 자료 분석을 면밀히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며 "'의약분업'의 대체 용어로 '진료투약분리제도', '의약분리제도', '조제분리제도, '투약분리제도' 등이 적극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