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회 '1차 진료의 양성 반대' 홍보장으로 돌변

전문의 적정수급을 위한 토론의 장이 가정의학회와 의학회간의 신경전으로 변질되면서 전문의 감축이라는 원론적인 합의에 그치는 반쪽 행사로 전락했다.

 대한의학회 주최로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 대강당에서 열린 '전문의 적정 수급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패널들은 "전공의와 전문의 초과배출로 인한 개원가의 경영악화 등 의료시스템의 악순환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분과 전문의를 줄여나가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대한의학회 손명세 기획조정이사(연세의대)는 "현대사회가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는 만큼 각자 자신의 몫을 충실히 담당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전문의 수급문제도 한 학회의 이익을 위한 '발목잡이식' 노력이 지속되면 올바른 방향정립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대한가정의학회 최현림 이사장(경희의대)은 "정부가 마련중인 '2년제 1차 진료의 양성방안'은 개원가와 전문의간 대립을 몰고올 反 의료적 정책"이라며 "현재의 가정의전문의를 늘려 선진국과 같은 주치의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

 대한의학회 이무상 부회장(연세의대)은 "개원가의 93%가 전문의인 만큼 전문의라는 효용가치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의학회 등 의료계의 역사성 존중할 것 △1차 의료 개원가의 관행을 존중할 것 △전문의 수급은 감축방안으로 기획돼야 할 것 △기득권을 지닌 의사를 고려할 것 등의 전문의 수급 정책의 4대 원칙을 제시했다.

 이같은 기조발언에 이은 자유토론에서는 가정의학회와 의학회간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나면서 상호간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전문의 적정수급 방법과 관련, 가정의학회 최현림 이사장은 "우선 적정한 전공의 수급을 책정한 후 병원 요구에 응하면 신뢰할 수 있는 수급계획이 마련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의학회 이무상 부회장은 "정확한 수요를 책정한다는 것은 '논리를 위한 논리'로 보건사회연구원이 아닌 그 이상의 연구소에서도 수행할 수 없는 과제"라며 "의료인력도 시장의 논리에 지배받는 만큼 정부가 1차 진료만 관리하고 전문의는 학문적 차원에서 학회에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최 이사장은 "고혈압은 순환기내과에서, 폐렴은 호흡기내과에서만 전담해야 한다는 분과전문의 제도의 그릇된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1차 진료의 양성을 목표로 도입된 가정의학의 역할을 의료계 스스로가 부정하는 꼴"이라고 현 분과전문의 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응수했다.

 방사선의학회 허감 이사장은 "전문과목에 대한 전문성 침해 문제는 정부가 아닌 의료계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미국의 경우처럼 병원내 관련위원회를 활성화시켜 전문의간 충동을 방지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중도적인 해법을 언급했다.

 한편, 방청석 질의에 나선 가정의학회 회원들이 이무상 교수를 표적으로 1차 진료의 정부 관리방안에 집중적인 공세를 취해 상호간 격한 감정대립까지 보이는 분위기를 연출해 주의를 안타깝게 했다.

 결국 의료인력 새판짜기의 시발점으로 전망된 이번 토론회는 가정의학회의 '2년제 일차 진료의 절대반대'라는 복병에 가로막혀 의료계 전체의 담론으로 승화시키지 못한채 또다시 다음을 기약해야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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