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수확의 계절인 학술대회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의학분야의 발전과 성과를 한눈에 알 수 있는 학회별 추계학회에는 지난 1년간 연구자들의 숨은 노력이 고스란히 배여 있어 '의학계의 중추철'이라고도 불린다.

국내 의학분야의 순수 학술연구 단체는 의학회 소속 132개 학회에다 미등록학회와 신생학회를 포함하면 150여개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돼 학회들의 춘추전국시대임을 실감케 하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 학회가 학술대회를 집안잔치로 끝내는 과거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학술대회의 성공여부는 얼마나 많은 전문의와 개원의가 참석했는가, 또한 몇 개의 전시부스를 확보했느냐가 관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한 메이저학회의 총무이사는 "봄과 가을 학술대회 시작 몇 달 전부터 스폰서를 구하기 위해 뛰다보니 지난 3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고 회상하고 "매번 그렇듯이 이번 추계학회에도 아무사고 없이 프로그램이 무사히 끝나기를 바랄 뿐"이라며 학술대회를 앞둔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반면 각 분야 연구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이뤄된 각종 성과는 어두운 조명의 발표장 분위기처럼 일회성으로 잊어지기 일쑤이다.

지난 2000년 의료대란 이후 새로운 시대흐름에 눈을 뜬 일부 학회들은 얼마전부터 '국민과 함께 하는 학회'를 표방하며 무료건강강좌와 '○○의 날' 등 다양한 대국민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의 이면에는 의료계의 신뢰회복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더불어 '인간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의학의 근본목표를 대중속에서 실천해야 한다는 학회들의 자발적인 인식변화가 내재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학술대회처럼 프레스룸을 갖추지는 못하더라도 주요 이슈와 학술성과에 대한 자료준비는 의학의 대중화를 위한 최소한의 의무인 셈이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의학도 국민적 지지와 관심 없이는 현재의 연구지원 및 투자의 테두리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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