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G 선택놓고 서로 막다른길…관계 악화일로

김재정 회장 "정책파트너 아니다" 간접 시사

 의료 정책분야에 대한 공조를 통해 그동안 파트너십을 유지해 오던 의협과 병협이 최근 불거진 DRG 문제를 둘러싸고 관계가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어 두 단체간의 냉각 기류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에 대한 의협의 강력한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병협이 '일정 유예기간을 두고 사실상 수용하는 방향'으로 결정하자, 내부적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의협은 병협과의 관계 설정을 다시 재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이다.

 더욱이 지난 29일 김재정 의협회장은 '전국의사 반 모임은 의권투쟁의 시작이다'라는 내용으로 발송한 편지문을 통해 "3차 병원은 DRG를 6개월 유보한다는 조건으로 정부 방침을 받아들인 병협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는 견해를 표명, 상황에 따라선 병협을 정책 파트너의 대상으로 삼지 않을 것임을 간접 시사하고 나섰다.

 의협이 병협에 대해 유감의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사례는 상당히 이례적으로, 그동안 대의나 명분을 중요시했던 내부 방침을 이제는 철저한 '실리 위주'로 지향하되, 병협을 '딴집 살림'으로 단정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 서신에서 김재정 회장은 "포괄수가제의 전면 확대는 의약분업의 강제 시행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총액예산제, 영국식 NHS, 의료국유화로 가는 시작"이라며 "당장은 어렵고 힘들더라도 의협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결국 의사를 월급쟁이 노동자로 전락시키는 사회주의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의협 내부의 조직력을 길러야 한다"며 "이제 기지개를 켜고 반 모임을 시작으로 새로운 투쟁의 길로 나설 것"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 28일 오전 열린 상임이사회에서도 김 회장은 "눈 앞에 있는 몇 푼의 수가보다 선후배가 모두 다함께 살아가야 할 미래가 더 중요하다"며 병협의 이번 결정에 대해 상당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의료계의 종주단체인 '의협'과 형제지간으로 비유되던 '병협'이 의약분업 이후 대두된 현안을 두고 표출되기 시작한 갈등 기류가 이제 위험 수위를 너머 자칫 '감정 싸움'으로 비화되지 않을까 하는 깊은 우려감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법정 단체화'에 이어 터진 'DRG 문제' 등이 의료계와 병원계의 '내홍'으로 까지 비춰질 수 있다는 측면을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맏형으로서 '집안 돌보기'에 소홀했고 '개원의 단체'로 전락한 의협과 '내몫 챙기기'에 급급한 병협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양측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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