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지난 15일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요청하신 작업을 수행하지 못했습니다’는 메시지와 함께 멈춰 섰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국민 약 4300만 명이 가입해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의 멈춤은 메시지는 물론 국민들의 일상까지 멈추게 만들었다.

의료기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카카오 알림톡 서비스가 먹통이 되며 진료 예약은 물론이고 일정 안내, 진료비 결제 등의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 밖에도 카카오톡 채널이 먹통이 돼 협력병원 간 핫라인이 사라지기도 했고, 카카오톡이 되지 않아 코로나19 백신접종 예약 및 환자 병상 배정이 늦어지는 등 크고 작은 사태가 빚어졌다.

이번에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서 카카오의 서버가 피해를 입으며 일어난 일이다. 아무리 화재는 예상치 못하게 일어난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국내 IT업계 대표 기업인 카카오의 대응은 경쟁사이자 같은 판교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두고 있는 네이버의 대응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화재 초기에만 해도 2시간 이내에 복구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11시간 만에 카카오톡 메시지 수·발신 일부를 복구했을 뿐 네이버가 4시간 전후 대부분 정상화된 것과 많이 비교된다.

이 같은 양사의 대응의 차이는 데이터센터의 트래픽 분산과 이중화‧분산처리 능력에 있었다. 먼저 네이버는 자체 센터를 포함한 6개 센터에 데이터가 분산돼 있었고 판교 데이터센터에는 네이버 트래픽의 10%정도를 처리하고 중요 서비스는 미러링 등의 이중화를 했다.

반면 카카오는 4개 센터에 데이터를 분산시켰지만, 자체 데이터센터 없이 판교 SK C&C 센터를 메인으로 3만 2000대의 서버가 밀집돼 있어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삶의 편리를 위해 통합 플랫폼을 이용했던 것이 독과점을 낳았고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한 충분한 준비 없이 이익만을 추구한 기업의 안일한 대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이는 편리함 뒤에 가려졌던 독과점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에, 충분한 계기가 됐다.

이번 사태에서 불행 중 다행으로 사람의 생명이 상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의료현장에서 겪었던 불편과 혼선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는 '카카오헬스케어'라는 자회사를 가지고 헬스케어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아직 상용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아 이번 사태에서 빗겨 갔지만 본격적으로 헬스케어 분야에서 상용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면 지금 보다 더 직접적으로 환자와 의료현장에 영향을 미치게 될 텐데 ‘재해 발생 시 핵심 서비스는 30분 안에 복구’해야 한다는 말뿐인 내부 매뉴얼과 달리 충분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건강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 카카오의 쓴맛은 이번 사태로 제대로 보여준 만큼 적어도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로 피해 보는 일 없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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