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F, 글로벌 실패 대표사례 10건 소개…J&J · 길리어드 · 노바티스 등 줄줄이
안전성·내약성 좋았으나 효능·효과 면에서 유의미한 차이 못 보여줘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지난해 글로벌 신약 임상시험에서 10개의 대표 사례가 소개됐다.

이들은 노바티스, 길리어드, 다케다 등 유명 글로벌 제약사들이 다수 포함됐는데, 안전성보다는 효능효과면에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기획운영팀 곽서연 선임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미디어 피어스바이오텍(FierceBiotech)이 선택한 ‘2021년 주요 실패 임상시험 Top10’을 소개했다. 이는 2021년 한 해동안 실패한 임상시험 중 해당 분야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사례들을 위주로 작성된 것이다.

곽서연 선임연구원은 “신약개발 프로그램들은 임상시험단계에서 대략 90% 정도가 실패하는데, 대부분의 이유가 임상 효능의 부족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명단의 임상시험들 또한 대부분 안전성·내약성은 좋았으나 위약 또는 기존 치료제 대비 효능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 임상시험들”이라고 설명했다.

명단에는 코로나19 치료제 뿐 아니라, HIV 백신과 항암제,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 등이 포함돼 있고, 저분자, 항체 유전자 치료제 등의 물질 형태들이 포함돼 있다.

◆존슨앤존슨 HIV 백신= J&J가 진행한 아데노 바이러스 사용 HIV 백신연구는 2600명의 남아프리카 여성을 대상으로 1년 4회 접종을 실시한 2b상 연구로, 안전성은 입증됐으나 위약 대비 HIV 발생률을 50% 이상 감소시키는 1차 평가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2년 동안에도 연구를 통해 확인된 효능은 25% 수준이었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는 못해 임상시험이 중단됐다. 다만, 해당 백신은 아메리카와 유럽에서 남성 및 트랜스젠더와 성관계를 가진 남성을 대상으로 한 다른 버전의 백신 연구로 임상 3상이 진행중이다.

◆GSK-머크KGaA 빈트라푸스프알파(Bintafusp alfa)= GSK는 2019년 독일 머크사와 이중 기능 융합 단백질인 빈트라 푸스프알파의 개발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치료는 한 때 MSD의 키트루다의 미래 경쟁자로 여겨졌지만, 지난해 1월 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실패를 시작으로 담도암 2차 치료제 임상시험과 담도암 1차 치료제 임상시험이 연달아 실패하며 양사 협업이 종료됐다.

GSK는 약무렝 대한 권리를 반환했으며, 독일 머크 또한 R&D 파이프라인에 해당 약물을 기재하지 않은 생태이다. 결국 새로운 파이프라인구축을 위해 노력해왔던 GSK는 여전히 다른 빅파마들에 비해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빈트라 푸스프알파와 TIGIT, PVRIG 및 CD96을 표적으로 하는 세포 요법 등의 GSK 파이프라인을 설계했던 R&D 책임자 HalBarron이 올해 말에 퇴사할 예정으로 GSK 파이프라인의 미래를 더욱 알 수 없게 됐다는 평가다.

다만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Shingrix)와 새로운 항암제인 젬퍼릴(Jemperil), 블렌렙(Blenrep) 등이 향후 몇년동안 눈에 띄게 성장해 200억 파운드(한화 약 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갈라파고스-길리어드 사이언스 GLPG3970= 갈라파고스와 파트너인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SIK(Salt Inducible Kinase)억제제 GLP3870이 류마티스 관절염과 궤양성 대장염 대사 임상시험을 각각 실패했고, 특발성 폐섬유증을 대상으로 하던 오토택신 저해재 지리탁세스탓(ziritaxestat, GLPG1690) 또한 임상 3상이 실패한 후 중단된 상태이다.

갈라파고스는 GLPG3970 임상을 계속하는 대신 전임상 단계의 백업 화합물 두 가지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들은 올해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갈라파고스 임상시험 중 경구용 TYK2 억제제 건선치료제인 GLPG3667의 임상 1b상은 좋은 결과를 보이며, 경쟁약물인 BMS의 듀크라바시닙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중이다.

◆바이오젠 고수라네맙(Gosuranemab)= 지난해 6월 바이오젠의 항 타우항체인 고수라네맙은 임상 2상에서 중단됐다. 이는 BMS에서 3억 달러의 선금을 지급하고 2017년 라이센싱한 물질이었는데, 타우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의 실패 명단에 추가된 것이다.

고수라네맙은 78주차 치매의 임상적 진행도인 1차 평가지표와 인지기능장애 및 일상생활 활동을 반영한 2차 평가지표 모두에서 위약보다 높은 효능을 보이지 못했으며, 이는 CSF 상에서의 타우 레벨을 충분히 떨어뜨렸음에도 타우-PET 스캔을 사용해 측정한 얽힘에는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였는데 효능 부족에 대한 설명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노바티스 리게리주맙(Ligelizumab)= 노바티스의 블록버스터 약물은 졸레어(Xolair)의 후속제품으로 포지셔닝한 만성특발성 두드러기치료제 리게리주맙 뿐 아니라 폐암을 적응증으로 한 일라리스(Ilaris)와 신장이식 거부반을 예방하는 이스칼리맙(Iscalimab)이 모두 실패했다.

리게리주맙은 졸레어에 대한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다가오며 이를 방어하기 위해 개발을 진행했지만, 위약대비 개선된 치료효과를 보였음에도 졸레어 대비 우월성 입증에 실패했다. 2개의 임상 3상의 최종 결과는 연구가 마무리되는 2022년 하반기 이후 공개될 예정이다.

<br>

◆다케다 페보네디스타트(Pevonedistat)= 다케다는 단백질 항상성을 교란하고 암세포를 세포자살 및 자가포식으로 유도하는 것을 매커니즘으로 하는 NEDD8 활성화 효소 NAE 억제제인 페보네디스타트를 개발했으며, 고위험 골수이형성 증후군(MDS)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시험에서 BMS의 아자시티딘(Azcitidine)과 페보네디스타트의 조합이 단독사용 보다 관해율이 2배 증가했다는 데이터를 발표해 최대 100억 달러의 매출 잠재력을 평가받았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고위험 MDS, 만성 골수성 백혈병(CMML) 및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페보네디스타트와 아자시티딘을 병용투여한 그룹에서 단일투여한 그룹보다 무사건 생존기간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보이지 못했다.

◆사노피 릴자브루티닙(Rilzbrutinib)= 프린키피아 바이오파마의 BTK 억제제인 릴자브루티닙은 잠재적 사용도가 많은 것으로 여겨져 사노피로부터 2020년 아토피 피부염에서 천식에 이르는 질병 전반에 걸친 연구 활동의 약속으로 37억 달러에 인수됐다.

하지만 릴자브루티닙은 중등도 내지 심각한 단계의 심상성천포창 또는 낙엽성천포창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릴자브루티닙 그룹과 위약 그룹 사이 완전관해를 보이는 환자비율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1차와 2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BTK 억제제가 다른 일반적인 염증성 질환에서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 측정하기 위한 척도로 여겨져 왔으나 비슷한 시도를 계속해 왔던 BMS, 셀젠, 길리어드, 로슈와 같은 다른 빅파마처럼 결국 실패를 경험했다는 것. 다만 사노피는 릴자브루티닙의 임상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혈소판감소증 대상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토피 피부염 및 lgG4 매개 자가면역질환 대상 임상도 진행중이다.

◆로슈-이오니스 토미너센(Tominersen)= 신경퇴행성 질환인 헌팅턴병 치료제로 개발되는 토미너센은 2017년 로슈가 3억 6200만 달러에 라이센싱한 약물로 최대 50억 달러의 매출 잠재력을 가졌다고 평가받았었다. 그러나 헌틴텅병 후기 단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진행 중 독립적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DMC)의 임상 3상 비맹검 데이터 검토 결과에 따라 중단키로 결정했다.

이후 올해 1월 로슈는 후향적 분석을 통해 질병 부담이 낮은 젊은 성인 환자 그룹에게 잠재적 이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임상 2상 설계 초기 단계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시험 데이터를 분할해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고 한계점이 존재하지만, 헌팅턴병에 대한 치료제가 전혀 없는 현재 상황에서는 의미있는 도전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바이오헤븐 베르디퍼스타트(Verdiperstat)= 베르디퍼스타트는 바이오헤븐이 2018년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라이센싱한 약물로, 신경세포의 손상을 유발하는 골수세포형과산화효소(MPO)의 활성을 저해해 산화 스트레스 및 염증으로부터 신경세포의 사멸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고,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하지만 다계통위축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위약 대비 유의미한 개선을 보이지 못하면서 1차 평가 지표를 충족시키는데 실패했고, 바이오헤븐은 MSA를 대상으로 한 임상은 포기했으나 여전히 루게릭병의 치료제로 개발중으로 2022년 중반에 결과가 나올 에정이다.

◆COVID-19 백신과 치료제= KDDF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바이오의약품 R&D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개발될 수 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약물개발이 얼마나 높은 실패 확률을 갖고있는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하면서 주요 임상 시험 사례를 공유했다.

큐어백은 mRNA 기반 CVnCoV로 코로나 백신회사의 대열에 합류하려 했으나 4만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48%의 보호 효능이 나왔을 때 무산됐으나, 판매허가 신청을 철회하고 중단 후 GSK와 협력해 2세대 mRNA 백신을 개발했다. 또 MSD는 복제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V590 및 V591에 대한 부진한 초기 임상 데이터를 게시하고, Ridgebak Biotherapeutics와 제휴해 코로나19 치료제인 몰루파라비르(antiviral molnupiravir)로 관심을 전환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