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진출 러시·공공분야 산업생태계 마련…'신규 플랫폼·방식 인허가 가이드라인 부족'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작년 한 해 국내 바이오업계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지만, 정작 이를 귓받침하는 인허가 환경 마련 준비가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레드바이오(의약품·치료 등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해 ‘레드바이오 2021년 이슈 및 성과, 2022년 전망 및 과제’를 작성, 7일 배포했다.

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로 레드바이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한 해였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경쟁적으로 투자. 국가 차원의 치료제 및 백신 주권 확보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많은 제약사가 백신 개발 투자에 박차를 가했다.

협회는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의 게임 체인저로 화이자가 절대강자로 부상한 한해였으며, 글로벌 공급망 취약성에 대한 해결이 모든 국가의 정책 우선순위가 됐다”고 평가했다.

국내서도 레드바이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집중됐다. CJ그룹이 제약산업으로 재진출했으며 삼성, SK, LG 등 대기업의 레드바이오 분야 투자가 확대됐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백신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며, 많은 기업이 백신 개발 투자에 현재까지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협회는 “녹십자랩셀, 레고켐바이오, 알테오젠 등 바이오기업들이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줬으며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분야에서 국내 위상이 더 높아진 해”라고 설명했다.

K-바이오 랩허브 구축, 백신 인력양성,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 등 정부와 공공분야서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다만 협회는 코로나19 시기에 한정된 ‘짧은 제품화 기간’이 당연시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코로나19 백신이 미국에서 1년도 되지 않아 긴급사용 승인을 받음에 따라, 자칫 신약개발이 2~3년 정도면 될 수 있다는 인식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레드바이오의 방향성이 올해부터 새로운 플랫폼·방식(modality)의영역으로 본격적인 확장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협회는 “특히 세포·유전자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ADC), 엑소좀, 마이크로바이옴 등으로 모달리티가 본격적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협회는 바이오의약품 CDMO 경쟁 구도와 국내 관련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검증할 수 있는 해가 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다만, 협회는 국내서 엑소좀, 마이크로바이옴 등 신규 플랫폼·방식 관련 인허가 가이드라인 준비가 부족하고, 코로나19로 분산형임상, 원격의료, 디지털치료제 등에 대한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첨단제품허가담당관과 평가원 신속심사과·첨단분석센터 등을 통해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 협회가 업계 의견 수렴을 통해 ‘인허가 가이드라인 부재’를 공식적으로 밝히게 돼 허가심사기관과 업계와의 온도차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협회는 실패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해 성공불융자 등의 획기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공불융자는 석유 시추 등 개발 위험도가 높은 사업을 하려는 기업 등에게 필요자금을 빌려주고 사업이 실패하면 융자금 전액을 감면해주고 성공시에는 원리금 이외에 특별부담금을 추가 징수하는 제도다.

협회는 “국내 주요 기업들은 매출에서 상품 비중이 높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품 매출 비중을 높일 수 있는 고민을 하고 있다”며 “메가 펀드 조성 등을 통해 임상 3상을 추진하는 기업이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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