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계자 조사결과 ‘전면폐지보다 부분개선’ 제안…‘새 사후관리 제도 불확실’ 원인
‘합리적 조정 범위’ · ‘신약 약가인하 유예’ 등 제안…‘정부입찰제’ 등은 부정적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실거래가 약가인하가 시장질서를 왜곡하고 행정 기본원칙에서도 모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새 사후관리 제도 도입으로 인한 불확실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업계 관계자들은 전면 폐지보다는 부분 개정 및 보완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성균관대 약대 이재현 교수<사진>는 30일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이 개최한 ‘합리적인 약가제도 모색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이재현 교수는 3번에 걸친 실거래가 조사에 의한 약가인하 결과 나타난 문제점들을 선행 연구 및 외국제도 비교와 통계 자료 분석을 통해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이 교수는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제도 운영을 위해서는 효과적·효율적인 약가관리가 필요하나, 보험재정 문제로 출발한 현재의 약가 사후관리 제도는 명확한 정책목표 없이 필요에 따라 도입·개정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며 “예측 불가능한 약가인하가 중복적으로 과도하게 발생해 제약사와 요양기관 양쪽 모두의 호응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에 있어 사용자에 장려금을 주면서까지 저가 구매를 장려하는 것은 결국 공급자에게는 저가 공급을 강요하는 것인데, 이를 약가인하 근거로까지 활용한다면 정부 정책을 신뢰하기 어렵다”라며 “3번에 걸친 실거래가 약가인하는 평균 1081억원의 보험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평균 4061품목에 대해 품목당 평균 2400만원씩, 평균 1.5%의 약가를 인하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3차례 약가인하로 정부는 과도한 행정부담을, 제약사는 돌이킬 수 없는 약가인하를, 도매상·약국에는 불필요한 혼란과 사회적 비용을 야기해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실거래가 약가인하는 저가구매장려금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 뿐 아니라 특정 제약사에서 특정 제형의 특정 품목에 대한 약가인하 쏠림도 나타난다”라며 “특정 제약사가 위법 행위가 없음에도 약가인하라는 불이익 처분을 지속적으로 종복해 받는 것은 제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의 기본원칙과 시장질서의 왜곡 측면에서도 큰 문제라고 언급됐다.

그는 “제도적으로 도매상이 요양기관에 판매하는 가격은 제약사가 통제하거나 책임질 수 없는데, 이를 약가인하의 근거로 삼는 것은 논리적으로 부당하고, 원인과 결과가 맞지 않아 행정의 기본원칙에도 어긋난다”라며 “실거래가 조사 과정에서 도매상이 실제로 구입한 가격 미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해도 도매상은 처벌받지 않고, 피해를 제약사가 감수할 수밖에 없어 시장질서의 왜곡 현상이 심각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재현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보험약가 사후관리 제도 개선을 위한 델파이 조사 결과를 통한 정책제언을 하기도 했다.

총 20명의 패널(요양기관·업계 종사자 각 5명, 학회·협회 관계자 각 4명, 제약분야 언론인 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델파이 조사에서는 제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으나 제도를 부분 개정하거나 보완하자는 의견이 좀 더 높게 나왔다.

조사 결과, 실거래가 약가인하를 폐지하는 경우에도 ‘기존 사후관리 제도를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이 높게 나타나, 새로운 사후관리 제도에 대한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었다. 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시한 ‘국가 또는 정부기관 주도 입찰제’나 ‘구매력이 낮은 약국이나 의원 등을 위한 공동 구매 시스템 마련’은 낮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를 보완하는 경우, ‘합리적 조정 범위’(Reasonable zone, R-Zone)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매우 높은 응답을 보였다.

이 교수는 R-zone 범위에 대해서는 “의약품 유통구조가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일본의 예를 참조해 최소 2%에서 5% 사이로 정하는 방안이 제안됐다”며 “이 경우 현행 10%의 인하율 상한선을 폐지하거나 조정하는 방안도 병행해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거래가 약가인하 개선방안으로 신약에 대해 제네릭 출시까지 일정기간 약가인하를 유예하는 방안도 높게 나타났는데, 희귀의약품이나 필수의약품 또는 소아 및 노인용 의약품을 인하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 볼 만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재현 교수는 “보험용 의약품에 대한 정책의 우선순위는 의약품 접근성을 강화하고 약제비 적정화를 통해 보험재정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으로서, 제약사를 대상으로 하는 공급 차원의 규제 및 요양기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수요 차원의 규제 모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보험자와 요양기관뿐 아니라 약가 관리 제도의 한 당사자인 제약업계와 협의를 통해 사후관리 제도의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합리적인 수단, 생산적인 제도, 예측 가능한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조정해 가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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