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현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최주현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의학신문·일간보사] 코로나19로 고통 받은 지가 벌써 2년째다. 슬라보예 지젝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코로나19 위기가 처음 터진 2020년 상반기의 낙관적인 전망이 ‘향수’로 느껴질 만큼 코로나에 대한 비관적 견해가 우세하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판단이 지배적이다. 각종 변이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출현하면서 인류가 이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공존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실제 델타변이가 전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음에도 영국과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19가 인류와 함께 살아갈 것으로 보고 지금까지 조여왔던 방역 규제를 풀고 중증환자 치료와 경제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위드(with) 코로나’ 전략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문제지만, 더 이상의 방역 조치 역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에 따른 경제적 폐해뿐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성공적이라 평가 받았던 K-방역이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지에 따른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 정부는 백신 접종률이 30%대에 그치는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에 대한 논의는 방역에 방해가 된다는 입장이다. 방역 당국은 예방접종이 상당히 확대될 때까지 현재의 확진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일정 수준 이하로 억제하는 정책을 고수할 것이며, 다른 나라들의 사례와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중히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확진자가 증가될 수 있는 위험성을 무릅쓰고 방역대응 체계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논의를 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결국 금년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해외 각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방역을 완화하는 위드 코로나 전략으로 변경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감염’ 은 예나 지금이나 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낳고, 사회정치적인 갈등을 야기하게 마련이다. 요컨대 ‘감염병’은 페스트와 AIDS처럼 ‘정치적 질병’이 되기 쉽다. 최근 정치적 사조와 맞물려 코로나19는 각종 ‘불평등’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좋든 싫든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면, 코로나 위기 극복의 1차 목표였던 ‘집단면역’의 달성이 100% 이루어지기 힘들다면, 우리는 향후 어떻게 코로나19 위기에 대처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년 반 동안 전세계와 우리 사회를 뒤흔든 코로나19는 보건학적 위기가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단순히 개인 위생을 준수하고 마스크를 쓰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활 전체가 크게 바뀌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백신의 원활한 수급을 통한 전국민 백신접종률 상향이 필수일 것이며, 그 전제 하에서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진 각종 사회경제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 과정에서 일찍이 코로나 사태 초기에 유발 하라리가 경고하였던 것처럼 방역 체계가 자칫 전체주의적 통제로 흐르지 않도록 주의하고, 자율적 시민권을 지키며, 세계적 연대를 회복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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