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 및 오픈사이언스 확산 등 원인…“지재권 유예·연구기여도 보장 등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등 단기간에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도록 기여한 국제협력 연구가 1년 동안 다른연구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국가간 관계 뿐 아니라 오픈사이언스 확산을 통한 필요 하락 등이 원인으로, 연구성과를 평가하고 보상하는 기준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최근 발간한 BioINwatch ‘코로나19가 보여준 협력연구의 중요성 및 해결과제’에서 네이처(Nature) 등을 인용해 협력연구 현황을 소개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보고서에서는 협력연구가 연구 진전과 사회발전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를 조화롭게 추진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안들을 제시한다고 전제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중 전례 없는 개발 속도와 규모(전세계 16개 백신 승인, 임상 3상 시험 9건 추가 승인)로 학계-산업계 협력의 힘을 보여줬는데,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오엔테크/화이자, 모더나가 단기간에 코로나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대학 연구자들과의 신속한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00년 이후 빠르게 증가한 국제공동연구는 2020년 코로나 대유행 극복을 위한 전세계 연구자들의 활발한 협력으로 빛을 발했는데, 국제협력으로 발표된 전체 논문은 전체의 약 25%(2020년 1월 기준)를, 코로나 관련 협력논문은 전체 코로나 논문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내국인 저자로 구성된 논문이 더 많아지면서 그 비중은 급격히 떨어는데, 2020년 12월 기준 코로나 협력 논문은 약 23%까지, 전체 국제협력 논문은 21% 수준으로 감소했다.

네이처는 코로나 관련 국제협력 논문 감소의 원인이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양국은 감염병 발생 초기 몇달간 어떤 나라보다 많은 공동연구를 수행했으나, 감염병이 심화되면서 미국은 영국 등 다른 국가들과의 공동연구를 추진했고, 중국은 코로나 정보 흐름을 제한하며 연구 기여도가 감소했다고 보았다.

또한 연구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활용하는 오픈 사이언스(Open Science)가 확산되면서 더 이상 개인적인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없어 국제협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하고 있다.

협력관계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소유권 및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다 명확한 규칙과 프로세스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고도 보고서는 짚었다.

데이터 및 지식재산권에 대한 문제는 학계-산업계 사이 오래된 긴장의 원천으로, 이를 완화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

생명공학센터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협력에 관해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 한시적 면제 (지재권 유예) 캠페인’은 대학과의 IP 분쟁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현재 산업계는 지재권 유예 캠페인에 반대하고 있으나, 이를 찬성하면 더 많은 지식이 공개되며 최소한 협력에 대한 장벽은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효과를 밝혔다.

개인의 연구성과에 대한 평가 보상 기준 마련도 함께 언급됐다.

협력연구는 국경, 문화 및 학제 간을 넘나들며 연구의 진전과 사회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에도 불구하고, 연구성과 평가는 여전히 개인 기준으로 이뤄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노벨상 역시 개인에게 주어지며, 과학기술 협력에 대해 명시적으로 수여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이에 생명공학센터는 “연구자들은 논문으로 연구성과를 평가받기 때문에 저자권(Authorship)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개별 연구원의 기여에 대한 인식 부족이 협력연구 참여를 방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고 짚었다.

실제로 Pubmed와 MEDLINE 데이터베이스에 게시된 3000만개 논문을 분석한 결과 평균 저자수는 1975년 이전에는 1.9명에 불과했으나 2015~2019년에는 5.9명까지 늘어난 점은 연구 저자권 중요성이 늘어난 반증이다.

생명공학센터는 “협력연구에서 발생한 수 있는 저자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구 기여도를 인정하는 보다 상세하고 투명한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라며 “논문 제출 시 저자의 기여도를 정량화해 공개하는 시스템 CRediT(Contributor Roles Taxonomy), OpenRIF와 같은 객관적 도구를 활용해 공동저자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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