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 연구팀, 전공의법 시행 전·후 4년간 추적 연구결과 게재
과목별·규모별 격차는 여전…"수련의 질 보장 방안 마련돼야"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이 시행된 이후 전공의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수련환경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수련기관별, 전문과목별, 연차별로 다소 차이를 보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22기 집행부 연구팀은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에 걸쳐 전국의 약 1만 5000명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전공의 병원평가’ 자료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올해로 시행 5년째를 맞이하는 전공의법은 근로조건부터 교육환경까지 전공의 교육수련의 전반적인 기틀을 마련하려는 시도이다.

법 시행 이후 몇몇 수련기관 수준에서 그 영향을 평가한 연구는 있었지만, 전국적인 규모의 연구는 부재하였고, 이 때문에 법의 실효성이나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근거를 바탕으로 한 논의는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에 대해 본 연구의 주저자인 손상호 전 대전협 부회장(22기)은 “전공의 교육의 여러 당사자가 모인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도 모두가 바라보는 방향은 같지만 가고자 하는 길은 제각각이었다”며 “의사는 근거로 말해야 하는데 그동안은 아무도 근거가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전공의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2016년부터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매년 같은 내용의 설문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수련환경의 변화 경향을 추적했다.

그 결과 전공의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2016년 92시간에서 2019년 80시간으로 줄어들었고, 36시간 이상 연속근무를 하는 비중도 34.4%에서 23.9%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들은 당직근무를 하고 바로 이어 다음 날 정규근무에 투입되던 과거와는 달리 2019년에는 절반 이상이 약 10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에 대해 알고 있는 전공의가 법 시행 전에는 절반에 불과했지만 2018년도 조사에서는 4명 중 3명꼴로 늘었고, 지도전문의의 역할과 각 수련기관의 수련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 역시 전공의법 시행 이후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연구팀은 전공의법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높아진 업무 밀도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전공의들은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수련과 관계없는 소위 ‘잡일’이 전체 업무 중 차지하는 비중은 변함이 없다고 호소했으며, 자신의 수련기관이 무면허불법보조인력(PA)을 운용한다고 응답한 전공의들이 70%를 넘는 가운데 PA로 인해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느끼는 비중이 2018년에는 약 25%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저자인 서연주 전 대전협 부회장(23기)은 “전공의들이 스스로 응답한 결과임에도 이처럼 전공의법이 지향하는 변화가 관찰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면서도 “다만 PA로 인한 전공의들의 교육기회 박탈, 더욱 열악해지는 육성지원과목의 부실수련, 중·소규모 수련기관의 교육체계 미비 등은 대전협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방안까지 함께 제안하고 있지만,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라며 “이러한 우려는 전공의들의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위태로운 실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교신저자인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이경주 교수는 “전공의법 이후의 변화에 관한 자료가 부족하다 보니 모두 법의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아직은 견해 차이가 크다”면서 “이 연구를 시작으로 전공의 교육을 다각도에서 바라보는 근거가 쌓여 더욱 과학적이고 발전적인 논의를 이어갈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JEEHP (Journal of Educational Evaluation for Health Professions)’ 4월호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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