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새 생명 얻어, 김두진·최상태 교수 “가족 믿음과 환자 의지, 의료진 팀워크 좋은 결과로"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심각한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을 경험하고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의료기관의 성공적 치료가 동반된 덕분에 새 삶을 얻은 아버지와 아들의 사연이 주변 환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인천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공재섭(58)씨는 2020년 1월 13일 업무차 자신의 승용차로 이동하던 중 난간을 들이받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순간 정신을 잃었고, 힘겹게 눈을 떴을 땐 사고일로부터 거의 100일이 지난 4월 20일이었다.

사고 발생 후 공씨는 가천대 길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 그의 상태는 심각했다. 다발성 골절은 물론, 사고 순간 압력에 의해 간이 파열되고 신장이 크게 손상된 상태였다. 골절 등 필요한 수술이 진행됐지만 공씨는 의식을 찾지 못했다.

간이식팀(혈관외과) 최상태 교수는 “환자가 뇌손상이 없었고, 신경과 이동환 교수와의 협진을 통해 정기적으로 시행한 뇌파검사에서 ‘깨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이식 후 회복하지 못한 사례들이 다수 있어 가족들에게 권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간이식 결심을 굳힌 것은 아들 공경호(21)씨였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던 아들 공씨는 아버지를 포기할 수 없었다. 대학에 합격해 입학을 앞둔 새내기였지만 입학을 미루고 치료에만 전념했다. 공씨는 “아버지가 깨어나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회복을 기다리면서도 내 고집으로 더 고통만 드리는 것은 아닐지 고민도 많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간이식팀(외과) 김두진 교수와 최상태 교수의 집도로 (2020년) 2월 11일 뇌사자 간이식 수술을 시행했다. 김두진 교수는 “외상으로 인해 간이 손상된 상태였기 때문에 유착도 심했고 이식 수술 자체도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다행히 수술 후 간기능은 점차 회복되었지만 환자는 좀처럼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통상 이식 후 한 달 이내에 환자가 회복하지만 40일이 지나도록 여전히 환자는 꿈 속을 헤매고 있었다.

더는 아버지를 고통스럽게 붙잡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아들 공씨는 더 이상의 연명치료를 중단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마음속으로 정한 날짜를 며칠 앞둔 (2020년) 4월 25일, 아버지 공씨가 기적적으로 눈을 떴다. 공씨의 회복을 바랐던 가족, 의료진, 장기이식센터 직원 등 모두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김두진 교수는 “외상으로 인한 간손상으로 이식을 받고 회복한 것은 국내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로, 공씨의 사례는 외상학회에도 발표할 만큼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는 회복 후 6월 26일 사고 6개월 만에 집으로 퇴원했다. 그리고 새생명을 얻고 눈을 뜬 지 1년이 지난 2021년 5월 현재까지도 간, 신장, 척추 등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특히 신장 기능이 손상돼 일주일에 두 번씩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공씨는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100일 동안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상황들이 지속됐는데, 꿈 속에도 의료진들이 등장해 나를 치료했던 기억이 난다”며 “아들을 비롯해 수많은 의료진과 간호사님들이 진심을 다해 정성으로 치료해준 만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더욱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두진 교수와 최상태 교수는 “당시의 환자 상태로는 현재 건강하게 회복한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였지만, 가족들의 믿음과 이겨내고자 하는 환자의 의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 간이식팀의 팀워크으로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아 기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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