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권 고려 없이 행정구역 중심 설정..전반적으로 좁고 부적절"
지역 전반 의료이용 행태 변화시켜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져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지역책임병원 지정을 위한 정부의 70개 진료권 분류에 대해 의료계는 부적절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생활권을 고려하지 않아 실제와 괴리가 있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22일 지속가능한 효율적 의료체계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성종호 의협 정책이사는 지역책임병원 지정을 위한 정부의 진료권 설정을 의료계 내부에서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역책임병원 지정제도는 정부가 공공의료 활성화 및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지난해 제시한 것으로 지역의 심뇌혈관, 응급, 모자, 소아, 분만 센터 재지정시 지역책임병원 중심으로 기능을 부여하며, 지역책임병원은 감염병 전담병상을 운영하도록 하여 공공성을 강화하는 한편, 수가 가산을 통해 재정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다.

정부는 ▲취약지형 ▲2차병원 중심형 ▲3차병원 중심형 ▲자체충족형 등 4가지로 진료권 유형을 구분하고, 2025년까지 70개 진료권에 96개 병원을 지정해 지역내 필수의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의협은 이 같은 정부의 진료권 분류가 생활권을 고려하지 않고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설정했기에 괴리가 있으며, 진료권 설정이 너무 좁기에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성 이사는 "전국 시도의사회에 공문을 보내 정부 진료권 설정에 대한 의견수렴을 완료했다"면서 "진료권 설정이 적절하냐에 대한 의견수렴결과 취약지형에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70%로 나타났다"면서 "2차병원형은 절반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으며, 3차병원형도 부적절 55%에 달한다"고 말했다.

성 이사는 "구체적으로 파주권은 고양권에 편입하는 것을, 이천권으로 묶인 이천시와 여주시는 생활권자체가 다르기에 이천시는 성남권, 여주시는 원주권에 편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지역의사회에서 보내왔다"고 말했다. 또한 포천권은 의정부권에, 영월권도 동해권에 편입해야한다는 지역의사회의 의견도 언급했다.

성 이사는 "지역책임병원(중증)병원은 의료취약지와 2차병원형에서 필요하나 그 외는 불필요하다"면서 "의료취약지에서는 지역책임병원 지정할 능력이 없다. 의료취약지에 지역책임병원 설립할 인력 및 재정이 뒷받침 되어야하며, 설립되고 나서도 의료기관 운영적자를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119 역할 확대 및 이송지원서비스 병행▲복지부 내 보건의료-응급의료 관련 부서 협력 등이 필요하다고 성 이사는 언급했다.

의협 박진규 기획이사는 "정부는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해 상급종합병원과 수도권으로 쏠린 환자들을 분산, 완화한다는 목적인 거 같다"면서 "그러나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된다. 정부 지정병원이라고 해서 환자들이 그 병원으로 간다는 보장이 없다.

이어 그는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되지 못한 병원이 책임의료기관을 경쟁상대로 볼 경우 자신들의 환자를 지역 내 책임의료기관이 아니라 수도권으로 보내는 문제도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진규 이사는 "결국 지역 내 의료기관들의 총체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의원을 비롯해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병원에도 지역책임병원 이용시 인센티브를 주고 의료이용 행태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이번 토론회에 정부관계자가 참여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면서 "정부입장을 대변하기 보다 공공병원 종사자 입장에서 말하는 것으로 들어줬으면한다"고 말했다.

조승연 원장은 "중진료권 분리는 인구 15만명기준에, 도달시간 1시간 등을 고려해 이상적인 55개로 설정했다"면서도 "행정구역 안넘으려고 현실에 맞추다보니 더 쪼개지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성종호 이사가 말한거처럼 70개 진료권으로 구분한것이 인위적이고 기능적으로 하자는 말도 일리가 있다"면서 "정부도 원칙은 정해놨겠지만, 유연하게 할 것이고 시범사업기간동안 적용을 테스트해 볼 것이다. 최근 열린 자문회의에서도 의료계 지적을 청취하고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정부가 밝혔기에 우려를 조금 내려놔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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