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2차 진행성 위험 환자, 초기 파악해 치료 효능 높은 약제 적극 사용해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민지 기자] 다발성경화증의 치료 옵션이 확대되고 있다. 10년 전만해도 치료제가 거의 없거나 선택지가 좁았지만 현재는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약물만 10여 종이 넘는다.

다발성경화증은 주로 20~40세 사이의 젊은 연령층에서 호발하며 재발과 완화를 반복한다. 재발이 반복될 경우 완전히 호전되지 않고 장애가 남아 환자의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이다.

최근 복용편의성을 높인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으로 환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일간보사의학신문은 김성민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를 만나 다발성경화증에 대해 들어봤다.

김성민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김 교수는 “예전에는 다발성경화증 환자들이 질병이 급격하게 진행돼 걷지 못하게 되거나 시력을 잃는 등 좋지 않은 예후들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치료제가 충분한 효과를 보이지 않더라도 달리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환자의 상태와 질병 치료의 경과에 따라 다양한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으며, 치료에 있어서도 매우 긍정적”이라며 “실제로 질병 발현 후 10년, 20년이 지나도 건강하게 삶을 영위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치료제 선택폭이 넓어진 만큼 치료전략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다발성경화증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약물의 장기적인 안전성이 치료의 주요 요소였지만 최근에는 효과가 강한 약을 적시에 신속하게 사용하는 것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발성경화증은 재발과 완화를 반복하는 ‘재발성 경과’와 재발없이 지속적으로 질병이 진행하는 ‘진행성 경과’를 모두 보이는 질환이다. 문제는 질병 초기에 재발성 경과를 가지는 환자들 중 약 70%는 일정 기간 후 진행성 경과로 변화(2차 진행성)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

김 교수는 “좋은 예후를 가지고 질병의 진행이 늦은 환자들에게는 안전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1차 약제 중심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면서 “다만, 일부 질병의 진행이 빠른 환자들에게는 다소 부작용의 위험이 있더라도 질병 억제 효과가 높은 2차 약제를 초기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약제별로 안전성과 효과, 부작용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 처방과 치료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빠르게 2차 진행성으로 진입하는 환자와 오랜 시간을 두고 진입하는 환자는 30~40년 후 질병의 경과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또한 2차 진행성으로 진입한 이후에는 치료제의 효과가 다소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조금이라도 빠르게 2차 진행성으로 진입할 위험이 있는 환자를 초기에 파악하고, 해당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치료 효능이 높은 약제를 써야 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앞서의 환자들에 머크의 '마벤클라드(클라드리빈)'의 보험급여 등재는 희소식이다. 마벤클라드는 다발성경화증 신약으로 지난해 8월 보험급여가 적용됐다.

마벤클라드는 비교적 질병의 활성도가 높은 환자에게 사용이 가능한 2차 약제로 승인을 받았으며, 경구제제로 2년간 최대 20일의 단기 복용으로 임상 효과가 최대 4년까지 지속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김 교수는 “다발성경화증은 사회생활을 하는 젊은 여성에서 많이 발병한다. 이에 마벤클라드가 복용 편의성에서 강점을 지니는 것은 처방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1차 치료에서 효과를 못 보고 2차 치료로 진입해야 하지만 꾸준히 약을 복용할 수 없는 경우, 병원을 자주 방문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마벤클라드 처방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2차 제제 중 타 경구용 약제를 사용했을 때 림프구 숫자가 지나치게 감소하거나 심장 부작용이 있을 때 혹은 2차 제제 중 정맥 주사를 뇌염의 위험 등의 부작용으로 사용이 어려운 경우 마벤클라드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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